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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자이지만 CEO가 아닌 사람들

by dionysos

<“함께 만들었지만, 앞에 서지 않았다”>


“Leadership is not about control. It’s about clarity and trust.”

(“리더십은 통제가 아니라 명확성과 신뢰에 관한 것이다.”)

— Patty McCord, WorkLife Podcast with Adam Grant (2021)


모든 스타트업에는 ‘시동을 건 사람’과 ‘방향을 정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반드시 같은 인물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은, CEO가 아닌 공동창업자들이 실제로 회사를 이끈 사례로 가득합니다. 그들은 “두 번째 엔진”이자 “보이지 않는 조타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LinkedIn-Allen Blue, 플랫폼의 ‘사회적 언어’를 만든 사람>


LinkedIn은 2002년 12월, Reid Hoffman을 중심으로 결성된 6명의 공동창업자 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자 디자인 책임자였던 Allen Blue는 처음부터 CEO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Stanford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제품의 ‘언어와 맥락’을 만드는 일을 맡았었죠.


“Reid built the system. I built the conversation.”

(리드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나는 대화를 만들었다.)

- Allen Blue, Stanford eCorner Talk, 2019


Hoffman이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는 동안, Blue는 “커넥션(연결)”이란 단어를 어떻게 제품 속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프로필 중심의 플랫폼이 아니라 ‘관계 행동 기반의 프로페셔널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LinkedIn의 첫 UX 프로토타입을 설계한 것도 Blue였습니다. 그는 사용자가 자기소개를 쓰는 대신 “지인에게 추천받는 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했고, 이 결정이 LinkedIn의 신뢰 기반을 결정지었습니다. Hoffman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고 합니다.


“Allen gave the product its human shape.”

(앨런은 제품에 인간적인 형태를 부여했다.)

- Reid Hoffman, Masters of Scale Podcast, 2020



<Google - Sergey Brin, 알고리즘을 설계한 ‘두 번째 리더’>


Google의 공식 설립일은 1998년 9월 4일, 공동창업자는 Larry Page와 Sergey Brin 이었습니다. 그러나 CEO의 자리는 처음부터 Page에게 돌아갔죠. Brin은 제품과 연구의 핵심이었지만, 의도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역할은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Google이 가진 ‘기술적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2001년, Google이 첫 외부 CEO로 Eric Schmidt를 영입했을 때 Brin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If you don’t have a process, chaos is your process.”

(프로세스가 없다면, 혼돈이 당신의 프로세스다.)

- Eric Schmidt, How Google Works (2014)



즉, 그는 스스로 CEO가 되기보다 “기술을 지키는 두 번째 축”이 되기를 택했다. 그 덕분에 Google은 단순한 검색 서비스에서 검색 엔진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Apple - Steve Wozniak, ‘회사를 만든 기술자’이지만 CEO가 아닌 사람>


1976년, Apple의 공동창업자는 두 명이었습니다. Steve Jobs와 Steve Wozniak... 그러나 세상은 Apple을 “Jobs의 회사”로 기억합니다. Wozniak은 Apple I과 II의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한 기술자였기 때문이죠. 그는 수익보다 기술의 완성도를 우선시했으며, CEO 자리보다 ‘엔지니어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My goal wasn’t to start a company. I just wanted to build great computers.”

(내 목표는 회사를 창업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 Steve Wozniak, IEEE Spectrum Interview, 2017


그의 철학은 Apple의 문화에 깊이 남았습니다.


“기술은 인간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정신은 훗날 iMac과 iPhone의 설계 철학으로 이어졌습니다. Jobs가 비전을 외쳤다면, Wozniak은 그 비전을 작동시킬 회로를 만든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YouTube - Jawed Karim, 첫 영상을 올리고 떠난 공동창업자>


YouTube의 공동창업자는 세 명이었다고 합니다. Chad Hurley, Steve Chen, 그리고 Jawed Karim.. 그러나 CEO는 Hurley였고, Karim은 이른 시기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가 YouTube에 남긴 것은 단 하나 플랫폼의 첫 번째 영상이었습니다.


2005년 4월 23일, 그는 ‘Me at the zoo’를 올리며 세계 최초의 사용자 생성 동영상 플랫폼을 시작했습니다. Karim은 PayPal 시절 함께 일했던 팀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CEO 대신 ‘아키텍트’를 택했습니다. 그의 판단은 명확했죠.


“I cared more about the idea working than about being the face of it.”

(아이디어가 작동하는 게 더 중요했다. 내가 그 얼굴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 Jawed Karim, Interview with USA Today, 2015


YouTube가 Google에 인수될 때 그는 이미 다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회사를 떠났지만, 그가 설계한 동영상 업로드 프로토콜은 지금도 YouTube의 기반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며-공동창업자들의 선택이 만든 안정성>


위의 ‘비CEO 공동창업자’들은 한 가지 공통된 원칙을 보여줍니다.


“통제보다 지속을 택한 리더십.”


Allen Blue는 CEO가 아닌 문화를 설계한 사람이었고, Sergey Brin은 CEO가 아닌 기술의 수호자였습니다. Wozniak은 CEO가 아닌 가치의 창조자였으며, Jawed Karim은 CEO가 아닌 아이디어의 증명자였습니다.


이들의 선택 덕분에, 각 기업은 창업자의 부재에도 엔진이 멈추지 않는 구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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