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착시>
“Responsibility without authority is the hardest job in the world.”
(권한 없이 책임지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 Ben Horowitz,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2014)
리더십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권력이 포함된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리더들은 대부분, 권한이 아닌 책임에서 리더십이 시작되곤 합니다.
PO(Product Owner), PM(Product Manager), CTO, COO. 이들은 “결정권자”로 불리지만, 실제 결정은 창업자나 이사회가 내리곤 합니다. 그들은 “책임은 갖되, 통제권은 없는 리더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rbnb - Nathan Blecharczyk, CTO의 리더십은 통제보다 설득이었다>
Airbnb의 세 공동창업자 중, CEO는 Brian Chesky였습니다. CTO였던 Nathan Blecharczyk는 기술과 운영을 총괄했지만, 의사결정의 최종권은 언제나 Chesky에게 있었다고 하는데요. 2015년, ‘Airbnb China’ 진출 문제에서 Chesky는 브랜드 일관성을 이유로 진입을 미루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Nathan은 데이터를 근거로 “이 타이밍을 놓치면 늦는다”고 설득했다고도 하네요. 그는 데이터를 리더십의 언어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When you don’t have full authority, your only tool is clarity.”
(완전한 권한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명확성’이다.)
- Nathan Blecharczyk, Harvard Business Review Interview, 2021
그의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맥락 설명’이었다고 합니다. Airbnb는 결국 2016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그 결정은 Blecharczyk의 데이터 팀이 만든 보고서가 근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Meta (Facebook) — Chris Cox, 제품 리더의 ‘조율형 리더십’>
Meta의 CPO(Chief Product Officer) Chris Cox는 Mark Zuckerberg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는 CEO가 아닙니다. Facebook의 대규모 리디자인(2018년) 당시, Cox는 디자인 방향에 대한 결정권이 없었다고 하죠. Zuckerberg는 ‘메시지 중심 통합’을 원했지만, Cox는 ‘개인 프라이버시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CEO의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조직 내부적으로 다른 부서 간 충돌을 중재해 프로젝트가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You lead by aligning, not by controlling.”
(리더십은 통제가 아니라 조율로부터 나온다.)
- Chris Cox, FastCompany Interview, 2020
그의 리더십은 명령보다 조율과 설득의 기술에 가까웠다고 하죠. 그가 떠났던 2019년, Meta는 리더십 공백으로 6개월 이상 제품 방향이 흔들렸고, 그 해 말 그는 다시 복귀했습니다.
<SpaceX - Gwynne Shotwell, CEO보다 현실적인 COO>
SpaceX의 Gwynne Shotwell은 COO지만, 사실상 회사의 “현실적 리더”로 불린다고 합니다. Elon Musk가 비전을 제시하면, 그 비전을 “실행 가능한 문장”으로 바꾸는 사람이 Shotwell이라고 하죠. 그러나 그녀에게도 결정권은 없었습니다. 모든 최종 서명은 Musk의 몫이죠. 그녀는 대신 협상력과 신뢰로 리더십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You don’t have to be in charge to lead.”
(리더가 되기 위해 꼭 통제권을 가질 필요는 없다.)
- Gwynne Shotwell, TED Interview, 2018
그녀는 NASA, 미 공군, 민간 기업 간의 복잡한 계약에서 ‘CEO의 이름으로 서명하지만, 실무는 자신이 책임지는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결정은 하지 못하지만, 결과의 책임은 자신에게 온다는걸 알았을테죠. 그녀는 이를 “이상적인 스타트업 리더의 역설”이라고 불렀습니다.
<Netflix - Patty McCord, ‘권한 없는 인사 리더’의 실험>
Netflix의 초대 Chief Talent Officer였던 Patty McCord는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설계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Netflix의 정책상, 인사 담당자는 CEO의 승인 없이 구조조정이나 채용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권한 없는 리더십’을 문화 매뉴얼화로 풀었냈죠. 즉, “결정을 대신할 수 없으니, 판단 기준을 시스템화하자.” 그 결과물이 바로 유명한 문서, “Netflix Culture Deck” (2009 입니다.
McCord는 “문화는 규칙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결정의 기준”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결정권 없는 리더’가 문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한을 창조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 리더십의 본질은 ‘통제’가 아니라 ‘맥락’이다>
“You don’t need authority to create impact. You need trust and clarity.”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권한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신뢰와 명확성이다.)
- Patty McCord, WorkLife Podcast with Adam Grant, 2021
이들 모두는 “결정할 수 없는 리더”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회사를 움직였죠.
그들의 리더십은 “통제 대신 맥락을 설계하는 힘”이었을 겁니다. 결정권이 없어도, 회사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맥락과 기준을 유지시킨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