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구조는 남는다>
“You can fire people, but you can’t fire a system.”
(사람은 해고할 수 있지만, 시스템은 해고할 수 없다)
- Ben Horowitz,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2014)
모든 스타트업에는 떠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창업자도, 공동창업자도, 핵심 인재도 결국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게 되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회사를 떠난 뒤에도 회사 안에서 계속 작동허곤 합니다. 그들이 남긴 것은 직함이 아니라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조직문화, 의사결정의 패턴, 기술 스택, 데이터의 흐름, 혹은 사람 간의 신뢰 구조.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엔진’이 남긴 다음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oogle - Eric Schmidt,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한 외부인’>
Google은 Larry Page와 Sergey Brin이 만들었지만, 회사를 시스템으로 만든 사람은 Eric Schmidt였다고 합니다. 그는 2001년 CEO로 영입되어, 당시 ‘천재 둘이 만든 기술기업’을 ‘전 세계적 기업 시스템’으로 바꿔놓았죠.
Schmidt는 “경영 프로세스”라는 개념을 Google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제품 회의, OKR 체계, 코드 리뷰 시스템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하죠.
“If you don’t have a process, chaos is your process.”
(“프로세스가 없다면, 혼돈이 당신의 프로세스다.”)
- Eric Schmidt, How Google Works (2014)
그가 만든 프로세스 덕분에, Page와 Brin이 엔지니어로 남을 수 있었고, Google은 “스케일링 가능한 조직”이 되었습니다. 즉, 창업자가 아닌 시스템 설계자형 리더십의 시초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Amazon - Werner Vogels, “모놀리식 아키텍처를 쪼갠 사람”>
Amazon이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클라우드 기업(AWS) 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CTO Werner Vogels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재설계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06년, Amazon의 내부 인프라를 ‘Microservices Architecture’로 분해하는 대개편을 주도했다고 하죠.
“You build it, you run it.”
(네가 만든 건, 네가 직접 운영하라.)
- Werner Vogels, AWS re:Invent (2012)
이 한 문장은 지금도 Amazon 개발 문화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Vogels는 “책임이 없는 개발은 없다”는 원칙을 코드 레벨에 심었다고 합니다. Amazon은 이를 통해 내부 팀들이 자율적으로 API를 만들고 배포하게 되었고, 그 구조가 훗날 AWS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그는 CEO가 아니었지만, “기술 구조를 문화로 바꾼 사람”이었습니다.
<Netflix - Reed Hastings와 Patty McCord, ‘문화라는 시스템’>
Netflix의 혁신은 콘텐츠보다 문화 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그 중심에는 CEO Reed Hastings와 초대 Chief Talent Officer Patty McCord가 있었죠. 2009년 공개된 Netflix Culture Deck은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조직문서입니다.
“We don’t have rules. We have context.”
(“우리는 규칙이 없다. 대신 맥락이 있다.”)
- Patty McCord, WorkLife Podcast with Adam Grant (2021)
McCord는 규칙을 없애고, 대신 맥락(context) 을 시스템화했습니다. 즉, ‘결정의 기준’을 남겨 누가 결정하든 일관된 판단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Netflix의 채용, 평가, 해고 시스템은 모두 이 “맥락의 알고리즘” 위에 설계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pple - Jonathan Ive, ‘디자인을 언어로 만든 사람’>
Apple은 Steve Jobs의 회사로 기억되지만, 그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조적으로 구현한 사람은 Jony Ive였다고 합니다. 그는 “디자인팀의 언어”를 구축했다고 하죠. ‘직관적 일관성’, ‘보이지 않는 기술’, ‘감각의 여백’ 같은 개념이 Apple의 모든 제품 문법이 되었습니다.
“Design i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 Steve Jobs, The New York Times (2003)
그가 만든 디자인 프로세스는 지금도 Apple의 모든 제품 개발의 기본 프레임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Jobs가 떠난 후에도 Apple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디자인이 시스템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Figma - Dylan Field, 구조를 오픈한 창업자>
Figma는 단순한 디자인 툴이 아니라 ‘협업 프로세스를 시각화한 시스템’입니다. 창업자 Dylan Field는 CEO지만, 그의 리더십은 ‘소유’가 아니라 ‘개방’이었다고 합니다.
“We’re building Figma as a platform for everyone to design together.”
(우리는 모두가 함께 디자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피그마를 만들고 있다.)
— Dylan Field, TechCrunch Disrupt Interview (2022)
그는 제품보다 “협업 구조”를 더 중요하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Figma는 Google Docs처럼 동시 편집과 실시간 피드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결국 Figma는 2022년 Adobe에 200억 달러에 인수되며, “시스템이 된 스타트업”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마치며 - 시스템은 다음 세대를 위한 언어다>
“The best organizations outlast their founders because they institutionalize what works.”
(“가장 훌륭한 조직은 창업자가 떠나도 지속된다. 그들은 잘 작동하는 방식을 제도화하기 때문이다.”)
Eric Schmidt, How Google Works (2014)
위의 사람들의 공통점은 “회사를 넘는 언어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결정권자’가 아니라 ‘구조 설계자’였습니다. 즉, 자신이 떠난 후에도 회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시스템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