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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의 언어를 만든 사람들

by dionysos

<실행은 언어로 작동한다>


“Language shapes culture, and culture drives execution.”

(“언어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실행을 움직인다.”)

- Satya Nadella, Hit Refresh (2017)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붕괴하는 건 ‘비전’이 아니라 ‘언어’입니다. 같은 일을 말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단어를 쓰면, 의사결정은 곧 혼란이 되기 때문이죠. 실행이란 결국 언어로 이루어진 합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Done”의 기준이 팀마다 다르고, “Priority”의 정의가 다르면, 프로젝트는 리더가 없어도 아니라 — 단어가 통하지 않아서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위대한 리더들은 회사를 움직이는 단어를 설계한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Amazon — Jeff Bezos, “Disagree and Commit”>


Amazon의 문화에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Disagree and commit.”

(“동의하지 않더라도, 결정이 내려지면 실행하라.” )

- Jeff Bezos, 2016 Shareholder Letter


이 한 문장은 수천 명의 조직을 움직이는 실행의 언어인 것 입니다. Bezos는 매년 주주서한에서 이 문장을 반복하며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도 하죠.


“Leaders are obligated to respectfully challenge decisions when they disagree,

even when doing so is uncomfortable or exhausting.”

→ “리더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불편하더라도 이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 다음 문장은 더 유명합니다.

“Once a decision is determined, you commit wholly.”

→ “하지만 결정이 나면, 전념하라.”


Amazon은 이 문장을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룰로 삼았습니다. 언어 하나가 회사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 된 셈입니다.


<Google - OKR을 설계한 John Doerr와 Andy Grove>


Google은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라는 단어 하나로 회사의 실행 체계를 정의했었죠. 이 용어는 Intel CEO Andy Grove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가 1970년대에 쓴 내부 매뉴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The key result has to be measurable. If it can’t be measured, it’s not a key result.”

- Andy Grove, High Output Management (1983)


John Doerr가 이 개념을 Google에 들여왔고, Larry Page는 즉시 도입을 결정했다고 하네요


“It’s not a key result unless it has a number.”

→ “숫자로 표현되지 않으면, 그건 핵심 결과가 아니다.”


Google은 이 문장을 기준으로 “무엇이 완료된 일인가?”의 정의를 팀 전반에 통일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OKR은 전 세계 테크 기업의 공용 언어가 되어버렸죠 비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숫자는 언어를 통일시킬 수 있습니다.



<Microsoft - Satya Nadella, “Empathy as Execution”>


Microsoft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른 건, Satya Nadella가 회사의 언어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CEO로 취임하며 처음 한 일은 ‘Know-it-all’ 문화를 ‘Learn-it-all’로 바꾸는 것다고 합니다.


“We needed to shift from a culture of know-it-alls to learn-it-alls.”

(“우리는 ‘모든 걸 아는 사람들’ 문화에서 ‘배우는 사람들’ 문화로 바꿔야 했다.”)

- Satya Nadella, Hit Refresh (2017)


이 짧은 언어 전환은 Microsoft의 실행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고 합니다. 모든 프로젝트 리뷰는 “Did we learn something new?”(무엇을 새로 배웠는가)로 시작하게 되었다고도 하죠.


“Empathy makes you better at execution because you understand context.”

→ “공감은 맥락을 이해하게 하므로, 실행을 더 잘하게 만든다.”


‘Empathy’라는 단어가 Microsoft의 KPI·리더십 평가·제품 철학을 바꿔버린 것입니다.



<Stripe - Patrick Collison, “Write it down”>



Stripe의 공동창업자 Patrick Collison은 모든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하네요.


“If it’s not written down, it doesn’t exist.”

(“문서로 남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Patrick Collison, Stripe Internal Memo (2019)


즉, ‘문서화되지 않은 결정은 실행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뜻이다. Stripe는 실제로 사내 위키에 모든 결정 과정을 문장으로 남긴다고 합니다. 회의 메모조차 완성되지 않으면 배포되지 않는다고도 하죠. 이 문화 덕분에 Stripe는 원격 근무 체제에서도 ‘말이 아니라 글로 작동하는 회사’ 가 되었다고 합니다. Collison은 이를 ‘Execution by Documentation’이라 부른다네요.



<Atlassian — “Don’t #@!% the Customer”>


Atlassian의 공동창업자 Mike Cannon-Brookes와 Scott Farquhar는 사내 핵심 가치로 이 한 문장을 남겼다고 합니다.


“Don’t #@!% the Customer.”

(“고객을 절대 배신하지 말라.”)

- Atlassian Company Values (공식 내부 문서)


직역하면 거칠지만, 뜻은 “고객을 절대 배신하지 말라.” 이 단어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가격 조정이나 기능 변경 시, 회의 안건에 늘 ‘이게 고객을 #@!% 하는 일인가?’를 체크리스트로 둔다고 하네요. Atlassian의 모든 정책 문서 첫 장에는 이 문장이 굵게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마치며 - 언어가 곧 실행이다>


Amazon이 “Disagree and commit.”으로 논쟁을 다뤘고, Google이 “OKR”로 목표를 정했고, Microsoft가 “Empathy”로 리더십을 재정의했으며, Stripe가 “Write it down.”으로 일의 단위를 통일했습니다. 이 모든 건 결정의 언어를 설계한 사람들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If you can name it, you can change it.”

(‘이름 붙이는 순간, 바꿀 수 있다.’)

Brené Brown, Dare to Lead (2018)


이 한 문장이 바로 실행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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