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 용돈
한 달에 한두 번 우리는 본가인 전주에 들러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만났다.
완전히 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남의 집에서 자는 것보다
훨씬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는 날이었다.
일요일이면 다시 얹혀사는 집의
지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 누나와 나는 따로 용돈을 받았는데,
몇천 원 수준의 당시에도 적은 돈이었다.
중학생인 누나는 나보다 더 많은 용돈을 받았겠지.
나는 당시 다니던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꽤 친해졌었다.
전학간지 며칠 안되어 그 시골에서
만두공장을 하는 부잣집 뚱뚱보 아들에게
돼지라고 했다가 치고받고 싸웠는데,
무참하게 패배했다.
하지만, 그 싸움을 계기로
녀석과 친해져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자주 같이 놀러 다니게 되었다.
문방구에서 게임도 하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한 두 개 사 먹다 보면
내가 받은 몇천 원의 용돈은
금방 동이 났다.
" 누나 나 돈 다 썼어. 용돈 좀만 줘. "
" 그래, 얼마 줄까? "
" 500원! "
" 여기, 최대한 아껴서 써~! "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내게
자신의 용돈을 나누어 주던 누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본가에 들렀다가 다시 내려가는 날
누나와 나는 어김없이 조금의 용돈을 받았다.
나는 항상 내 용돈을 받고 먼저
방에서 나와 있었다.
누나가 얼마를 받는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떠한 이유로,
누나가 용돈을 받는 모습을
제대로 처음 보게 된 날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누나는 나랑 동일한 몇천 원의 용돈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중학생이라고 더 받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얹혀살던 집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누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 때는 누나의 전교 1등 친구 집이 아닌
새어머니의 이모집에 얹혀살던 시기였다.
누나와 나는 얼음장 같은 한 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는데,
평소처럼 불을 끄고 자려고 누웠지만
그날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나였다.
지금까지 나와 같은 돈을 받으면서
항상 나에게 싫은 내색 없이 돈을 다 주었던
누나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천장을 보며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순간 이 모습의 내가 기특한 게 아닌가?
이 어린 나이에 이런 일로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스스로 참 기특했다.
" 누나, 나 울어. "
" 응? "
굳이 자고 있는 누나의 등을 두드리며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나였다.
" 뭐야 , 너 왜 울어? "
" 누나, 나랑 용돈 똑같이 받는데,
맨날 나 다 줬잖아. 그래서,
미안해서, 울어. "
누나는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 괜찮아 괜찮아. 누나는 딱히
쓸 데가 없어서 그래.
앞으로도 필요하면 꼭 말해.
알겠지? "
웃으며 뒤돌아 다시 잠에 드는 누나.
이제는 40대, 30대가 된 누나와 나.
이 날 밤의 이야기를 꺼내면
누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날 누나를 향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이
선명히 기억나는데, 의외로 그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누나를 보며
나는 내심 서운했다.
귀엽고 안쓰러운 막내 동생이
어디 가서 주눅 들지 않도록
자신이 가진 돈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
당시의 누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 여기지 않았기에
어른이 된 지금,
누나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게 된 것 같다.
누나는 어린 소년이었던 그때도,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가 된 지금도
늘 한결같이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