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잠수함 시대를 열었던 장보고함이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창설기의 개척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한 이 잠수함은 올해 말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며 다시 한번 조용한 바다로 나섰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19일 해군에 따르면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군항에서 마지막 출항을 실시해 2시간가량 항해한 뒤 귀항할 예정이며 이번 항해에는 초대함장을 비롯한 인수요원들이 승선해 상징성을 더했다.
독일 HDW 조선소에서 건조된 장보고함은 1991년 진수됐고 1992년 함정 인수요원 파견과 부대 창설을 거쳐 1993년 대한민국에서 첫 작전 항해를 시작했다.
당시 해군은 미지의 영역이었던 수중전력을 처음 구축하는 만큼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붙이며 해양 개척의 의미를 부여했고 이 함정은 이후 34년 동안 지구 둘레를 여러 차례 도는 거리만큼 안전하게 항해하며 우리 바다를 지켜왔다.
초기 장병들은 독일에서 처음 잠수함 운용기술을 배워오는 임무를 맡았고 이 경험은 이후 우리 군이 3000톤급 잠수함을 직접 운용하는 국가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보고함은 1997년 하와이 단독 항해에서 1만 마일을 완주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을 확인받았고 여러 차례 국제훈련에 참가하며 대한민국 잠수함 전력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특히 2004년 림팩에서는 항공모함과 다수의 연합 함정들이 탐지하지 못한 채 기동을 이어가 연합 해군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2010년대 이후에도 한미 연합대잠전 훈련과 구조훈련 등 주요 국제 일정에 빠짐없이 참가하며 우리 해군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 운용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도달했음을 다시 입증했다.
장보고함은 운용 기간 동안 잠항과 부상을 단 한번의 큰 사고 없이 치러내며 잠수함사 내부에서 전통처럼 이어온 안전 신조를 완벽히 지켜냈고 해역 전반을 누비며 총 34만 마일 이상 항해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작전 임무에서 물러난 뒤에는 훈련함으로 전환돼 신임 잠수함 승조원 교육과 정비팀 협동 훈련 지원 등을 맡으며 후배 전력을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해군은 이번 마지막 항해에 맞춰 장병과 관계관 100여 명이 참석한 부대행사를 준비했고 초대함장과 마지막 함장이 함께 항해기에 서명하는 절차를 마련해 장보고함이 남긴 유산을 세대 간에 잇는 자리를 마련했다.
초대함장은 장보고함 도입 당시를 "국가의 수중전력이 무에서 유로 전환되던 시기"라고 회상하며 대한민국 잠수함 전력이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용국으로 자리 잡은 현실에 깊은 감회를 전했다.
현재 장보고함을 지휘하는 마지막 함장은 "이 함정은 우리 잠수함부대의 첫 기반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승조원 모두가 개척정신을 이어 조용한 바다에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의 전역은 단순한 퇴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잠수함 전력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한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며 이번 마지막 항해는 그 긴 역사의 문을 천천히 닫는 예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