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읽어 보셨는지? 난 여러분께 꼭 '행복의 기원'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얇은 책인데 처음엔 별 감흥이나 특별한 느낌은 없었지만, 조금 지나니 그 책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맞는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난 혼자 잘 논다.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심지어 혼자 호캉스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하루이틀 혼자 있게 되면 무엇을 하든지 허전하고 외롭다.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왜 혼자 놀면 마음속으로는 행복하지 않은지 이 책이 이야기해 준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했고, 그것이 유전자에 남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교류하고 친분을 나눌 때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통계를 통해 과학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100% 맞는 말 같다. 왜 혼자 놀 때면 마음 깊숙이 외롭고 쓸쓸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생각도 바꾸었다. 혼자 하던 목공과 더불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골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탁구나 명상도 혼자만 하고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저 심심풀이로 읽은 책 한 권이 50년 넘도록 굳어져 있던 내 생각과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나 혼자만 목공과 명상을 하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나 자신이 발전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변화가 온 것이다.
나는 정말 매일매일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가끔 슬픔의 파도는 마음의 방파제를 쓰나미처럼 쓸고 지나간다.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내 마음의 풍경은 참으로 처참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그 쓰나미의 폐허 위에 다시 무엇인가를 일 떠 세우고 짓곤 했었다.
산에는 가끔 산불이 나서 모든 것을 초토화한다. 산불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온통 절망의 잔해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큰 나무에 가려 기회를 얻지 못했던 나무들, 씨앗들에게는 둘도 없는 행운이며 기회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폐허 위에서 씩씩하게 자란 난다. 몇십 년이 지나면 그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울창해지고 풍요로워진다.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산불 후에 풀들과 나무들이 숲을 다시 일구는 자연의 자생력을 가지듯이, 마음도 타고난 자생력이 있다. 그 자생력으로 폐허 위에 다시 일군 마음의 밭은 이전의 밭보다 더 크고 풍요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생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스스로 다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의지가 폐허 속에 다시 새롭게 태어나느냐? 아니면 폐허로 그냥 남느냐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렇게 폐허 속에 자신을 일 떠 세울 때, 스스로 혼자 고독하게 세우는 것보다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의지해 함께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스레 고독을 씹어댄다고 홀로 가다가는 또 다른 쓰나미, 더 큰 폭풍을 맞아 좌초되기 십상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분들이 있다. 한심하게 보이지만, 정말 그분들이야말로 '행복의 기원'에서 말하는 행복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전에 혼자 부산의 바닷가에 간 적이 있다. 뭐 대단한 철학을 할 것 같이 떠났지만, 이틀 정도 지나니 정말 무료하고 고독했다. 결국 혼자 영화 보고, 혼자 회 먹고 오는 쓸쓸한 여행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괜히 혼자 폼 잡을 필요가 없다. '행복의 기원'에서 혼자는 고독하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해서 친절하게 말해 주지 않던가?
'행복의 기원'은 책의 마지막 부분을 한 컷의 사진으로 마무리 짓는다. 사랑하는 연인과 와인 한잔하는 사진.
그게 연인이든 친구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만남과 대화, 그런 것들의 연속에서 오는 행복감.
우리는 인간이란 유전자를 가진 엄연한 동물이다. 먹고 자고 배설해야 하는 동물인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고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본능처럼 각인되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타인과 함께하는 유대의 필연성.
그것을 거부하다가는 마음이 배고파져서 고독 속에 죽을지도 모른다. 우울증, 공황장애, 그런 것들이 다 그래서 생겨난 것들이 아닌가?
다시 한번 주위의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소통해야 할 일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 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오늘, 혼자 개똥철학 한답시고 고독해하지 말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해서 소주나 한잔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술을 못 마시면 커피라도 한잔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