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대우

명상을 끝내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평상이 있길래 길게 누었다. 맑은 가을 하늘이 보인다. 높은 하늘 위로 매 한 마리가 마치 연처럼 빙빙 돈다. 여유 있고 멋있는 광경이다.

지상에 있는 먹이를 찾는 것인가? 아니면 하릴없이 하늘을 유영이라도 하는 것인가?

저 매에게도 자식이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자신과 자식의 생존을 위하여 저 하늘을 온종일 맴돌았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죽여야 내가 산다. 그것이 육식동물인 매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보기에는 평화스럽고 한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그 뒷켠에는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본능과 살육의 진실이 있는 것이다.


숲을 들여다보자. 보기에 파랗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숲. 그러나 그 속으로 가만히 얼굴을 디밀면 작은 곤충 한 마리,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그 무엇 하나도 그냥 쉽게 생존하는 것이 없다.

밭을 가꾸어 보면 안다. 채소를 심은 흙의 틈바구니로 어디에서 왔는지 잡초들이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며 몸부림친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그냥 처음부터 본디 그런 것이다.

매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이다.


인간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해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 인류가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수많은 전쟁과 약탈의 역사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지 않던가?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을 죽이거나 핍박하여야 한다. 주어진 파이가 한정된 이상, 그것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에게 베풀고 서로를 아끼며 도와주며 살라고 하는 것은 무슨 말인가?

생존의 본능과 사랑의 관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라는 것인가?

사랑과 증오가 얽혀져 있고, 삶과 죽음이 어우러져 있는 온갖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이곳. 이 세계.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단지 위대한 사람,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절대적인 답은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러한 것을 느낀다. 결국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매와 같은 동물들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단지 주어진 본능에 따라 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뇌는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며, 그 실천에 있어서는 살고자 하는 본능을 초월할 때도 있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가치와 신념에 대한 확신. 삶과 죽음조차 넘어서는 강렬한 그 무엇.

통속적인 것들에게서 오는 만족을 희생하며 모든 것을 던졌던 많은 사람들.

마음속의 차디찬 동토에서, 깊은 밤 수없이 자신에게 되뇌며 물었을 가치와 신념에 대한 그들의 고뇌에 깊은 사랑과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동트는 새벽, 쓸쓸히 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던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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