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고…

by 박대우

가을이 가버렸다. 9월부터 간간이 느껴지던 가을 냄새가 10월 말 절정을 이루더니, 11월 말 추위와 함께 사그라지고 이젠 영하를 오르내리는 겨울이 되어 버렸다.

가을은 올해도 그렇게 가버렸다.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노안 때문에 눈이 더 잘 안 보이고 책을 읽을 때 불편하다는 것, 이런저런 것들로 앙상하고 메마른 고목이 되어가는 신호 같아서 좀 씁쓸하긴 하다. (너무 비관적인가?)


내게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집사람을 만난 것도 가을이었다. 9월 24일, 수요일.

29살의 푸르른 날에 지인의 소개로 집사람을 처음 만났었다. 그때 집사람은 28살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린 어느 커피숍이었는데, 아마 '00런던'쯤으로 기억이 된다. 약간 어두운 조명 아래 까만 옷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정말 멋없게도 무슨 해물탕집을 갔었다.

그때 삶은 새우가 같이 나왔었는데, 전혀 나답지 않게 그 새우를 까서 집사람이 먹도록 해주었다. 그 자상함에 너무나 마음을 뺏겼었다고 한다.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속은 것이 좀 억울(분)하다고도 한다.


딸을 둘 둔 나보다 2살 위인 직장 동료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야외의 근사한 카페에 같이 다닌다고 한다. 요즘 카페는 커피나 음료만이 아니라 가벼운 식사도 가능하다. 커피를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고충을 함께 나눈다고 한다. 아주 부러웠다.


나보고도 꼭 그렇게 해보라며 그중에서 가볼 만한 카페를 몇 군데 소개해 주었다.

지난달, 그러니까 11월 말일에 소개해 준 카페 중 한 군데를 집사람과 함께 같이 갔었다.


꼬불꼬불 촌길인데 '도대체 이런데 무슨 카페가 있단 말인가?' 할 때쯤 카페가 나왔다.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차들이 즐비하였고, 사람들로 붐볐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커피와 빵을 시켜 먹었다. 밖에는 바람이 불고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운치가 있었다.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집사람과 함께해서 좋았다. 농담 삼아 '친할 때같이 자주 다녀야지!"라고 했더니 웃는다. 우리 부부는 좀 자주 다투는 편이다.

밖의 경치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두고 나중에 그려 보았다. (한 15분 정도 그렸다.)


내 글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나중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보려고 미술을 배우고 있다.

아이패드를 하나 장만해서, 이리저리 그리고 다닌 지 벌써 6개월 정도 되었다. 서툴지만 아이패드로 밖의 경치를 그려보았다. 아래에 사진을 첨부한다.


무슨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아 보이겠지만, 초보이려니 하고 좀 이해하고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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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올려놓으니 좀 창피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점점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위안으로 삼아 본다. 그리고 내 글은 나의 일기장 같은 것이니, 뭐 좀 못 그린들 어쩌랴? 다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좀 미안할 뿐이다.


늘 9월쯤 되면 나를 왠지 나를 설레게 했던 가을이 이번에도 이렇게 가버렸다. 이젠 내년의 가을을 맞이해야겠지.

그때까지 또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

삶은 언제나 행복한 것이니까. 그렇지 않니? 대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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