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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빵 Apr 01. 2022

일본 생활 - 홋카이도 눈 이야기

영화 러브레터의 아름다운 눈의 현실.



영화 러브레터와 철도원의 아름다운 배경을

연출해 주었던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


사실은 나도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홋카이도로 취업했다.


내가 지상직에 지원할 당시에 일본에 어느 지점에서 일하고 싶냐는

선택란이 있었다.


1. 후쿠오카 공항 지점(FUK)

2. 오사카 간사이 공항 지점(KIX)

3.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 지점(CTS)


이렇게 세 지점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일단 나는 더위에 매우 매우 취약하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

"겨울이 좋아요 여름이 좋아요?"

보통 여름엔 더우니까 겨울이 좋다 하고

겨울엔 추우니까 여름이 좋다 하는데,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무조건 겨울이 좋다고.


일본은 섬나라고,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여름의 더위는

정말 밖에 한 발짝만 나가도 땀이 주룩 난다고 표현할 정도로

습하고 더운 걸로 유명하다.


그렇게 1,2번의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제외되었고

남는 건 3번 홋카이도였다.


지원할 당시에 나는 홋카이도에 가 본 적도 없었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서 접해본 게 다였다.

그래서 하얗고 아름다운 눈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남은 3번 홋카이도를 선택했다.


그런데,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

막상 살아보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항에서 일할 때 매일 눈 때문에 출발 지연은 밥먹듯이 일어났고,

출퇴근할 때 JR 철도는 제설작업으로 인해 자주 멈췄다.


그리고 맨션에서 혼자 자취를 했는데,

눈이 진짜 많이 오는 날엔 맨션 입구가 눈으로 막혀서

출입하기가 힘들었고,


겨울에 잠시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집을 오래 비울 때면

수도관이 얼어 동파되지 않을까 걱정에

집 수도관에 있는 물을 다 빼는 작업을 늘 해두고 떠났다.


그렇게 약 다섯 번의 겨울을 홋카이도에서 보내다가

2021년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게 되었는데

겨울인데도 도로에 눈이 없으니 걷기가 정말 세상 편한 거다.


그런데 익숙한 게 무섭단 말이 있지 않은가.

막상 겨울에 하얀 눈이 없으니 뭔가 거리가 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홋카이도에서 그렇게 지겹도록 보았던 눈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홋카이도 살 때

눈 오리 메이커가 있었으면

백 마리 아니

천마리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하하.


또다시 겨울이 오면

홋카이도의 하얀 눈이 또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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