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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Mar 28. 2021

강아지 유치원이라고?

개육아 세계에서의 교육열에 대하여

"다윈 맘, 이번에 산책 교육 수업 들을 거예요? 그거 들으면 확실히 좋아진대요." 


"아, 다윈이 어질리티나 수영은 시킬 생각 없어요? 그런 것도 병행해줘야 에너지를 좀 빼지~" 


"내가 아는 선생님 한 분이 개춘기 전문이신데, 진짜 강추예요! 얘도 거기서 안 좋은 버릇 싹 다 고쳤잖아. 

 기수제로 운영하고, 3~4팀 정도만 받아서 소수정예로 하는데- 제대로 봐줘서 너무 좋더라고! 

 참, 듣기 전에 어떤 애들 듣는지도 확인하세요, 수업 분위기 안 좋으면 안 되니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거지? 하는 혼란. 

난 초중고생 학부형이 아니라 '개'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데_

'다윈 맘', '다윈 아빠', '수업', '학원 투어'... 

아직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용어들과 낯선 세계가 다가오고 있다. 

하긴, 산책을 하며 친해진 견주들과의 대화 주제는 언제나 '개육아 생활' 뿐이고, 

반려견 동반 카페나 음식점에서 도란도란 정보를 나누는 게_ 사실, 그 말로만 듣던 '엄브(엄마들의 브런치)'를 하고 있는 거잖아!     


갑자기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다윈, 나는 너와 어떤 삶을 나누어야 할까? 

세상에 하나뿐인 내 강아지, 어떻게 기르는 게 현명할까? 


"그때 그 친구 있잖아, '두부'라고_ 그 집은 이번에 매너 교육 듣는다는데, 우리도 들어볼까?"


"..."


"그리고 지난번 본 잭 러셀, 태양이는 어질리티 클래스 듣는대.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빨리 잘 배운다던데- 나중에 다른 애들 다 어질리티 하는데, 다윈이만 못 하면 친구 해주겠어?" 


남편 녀석은 계속 말이 없다. 며칠 전, 강아지 학교와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토론을 했었는데_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이다.

 남편과 나는 다윈에게 우리의 일정 상, 다윈이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친구네 집에서 서로 '품앗이 돌봐주기'를 한다거나_ 한 두 번 정도의 이벤트처럼 '유치원'에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했다.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강아지의 성향, 보호자의 환경이 워낙 다 다르기에, 보내는 것이 좋다/나쁘다를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지만_ 워낙 훈련사분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단 다윈의 성격과 재정적인 문제 상- 유치원은 안 보내겠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그 밖에 산책할 때의 매너, 다윈을 컨트롤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_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과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나의 입장과, '개를 개답게 키우자, 그리고 한두 살 이전까지는 놀게만 해도 된다'는 남편의 입장이 대립했다. 


"2살까지는 실컷 놀게만 해도 충분하다니까? 함께 재밌게 놀아주면 그게 최고야. 이것저것 시키면 돈 생각은 안 해?" 


"하지, 그러니까 기본적인 것만 들어보자고. 다윈이 배우는 것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도 많아. 어릴 때 우리가 잘 배워두면, 두고두고 가이드도 잘 줄 수 있잖아."   

     

어느샌가부터 우리의 대화가 드라마 'SKY 캐슬'의 대사와 오버랩되고 있음을 느낄 때쯤, 둘 사이에 앉아 갸우뚱하는 다윈이 보였다.

너에게 어떤 견생을 살게 해줘야 할까? 또, 우리는 어떤 보호자가 되어야 할까?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나도 처음에는 다윈이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건강하고 즐겁게만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또한 같다.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랑만 듬뿍 받으며 철 없이 해맑은 견생을 누리기를 바란다. 

 다윈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겠는가? 더 공부시켜 달라고, 다른 애들은 다 학원 다니는데, 다른 엄마들은 저거 다 사주는데 왜 난 안 해주냐고 할까? 사실 다윈은 우리가 언쟁하는 이 순간에도_ 그저 놀아주기만 바랄 텐데... 터그 놀이를 하며 또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배움도 좋고, 다윈을 더 교육시키는 것도 좋지만_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어릴 때는 그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_ 다윈과 우리가 함께 교감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발전시켜보자고 엄마 아빠로서 교육 철학을 바로 세웠다.  

 



우리가 망설이던 사이, 다른 보호자들이 추천해주셨던 수업들이 모두 마감되었다.

남편과 의견이 달라서 고민했었다고_ 개엄마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다윈 아빠 마음도 이해하죠. 저는 상황만 되면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애들 맨날 뛰어놀게 하고 싶어요." 


"맞아. 사실 얘들한테 뭘 바라겠어요, 그저 '도시견'으로서 지내야 하니까_ 사고 없이,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래, 도시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원 없이 달리고 구르며 온 몸에 흙먼지 묻히고, 나무와 풀냄새 맡으며 살아가야 할 녀석들이_

열에 녹아내리는 아스팔트를 밟고, 지저분한 도시의 흔적을 온몸에 묻힌 채로_ 어디서든 튀어나오는 차들 속에서 전전긍긍 종종걸음을 걸어야하니... 갑자기 다윈에게 새삼 미안하다.    


"엄마 마음은 다 똑같은 것 아니겠어요. 아! 저희 애 요즘 생식 시작했는데 ..." 


아... 생식이라... 

다윈이 생식을 시작하면, 견생의 만족도가 몇 프로나 더 올라갈까? 

또 나는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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