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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Mar 26. 2021

친구 좀 사귀어 봐!

2. 와인처럼, 된장처럼_ 오래될수록 좋은 친구가 되어

"혹시_ 다윈이 아니에요? 맞네! 진짜 닮았다!" 


한가로이 다윈과 산책하고 있던 중, 다윈의 이름이 들렸다. 

어쩜 이렇게 우아하고 차분할까 싶은, 셔틀랜드 쉽독 두 마리와 보호자 두 분이셨다. 

나는 모르고... 다윈을 어떻게 아시지? 다윈 너_ 왜 유명해?    


"그럼요, 우노(다윈의 동배) 동생이잖아요! 저희도 산책 나왔는데, 같이 하실래요?" 




다윈의 큰 형아, '우노'를 만나러 간 날, 다윈이 활짝 웃는 걸 처음 봤다. 

꼬물이였을 때 헤어져도 금세 알아보고는 반가움에 빙글빙글- 숨도 안 쉬고 달리는 다윈을 보니, 이산가족 상봉을 이뤄준 듯 뿌듯했다. 형아도 보고 다른 친구들과 만나면서 더 배우자는 마음에, 퍼피 기초 교육을 들었는데_ 동배가 왔다고 훈련사분들도, 다른 보호자들도 신기해하며 반겨주셨다. 그래서 다윈을 알아보셨구나. 

 친구들아, 기다려! 다윈이 간다~! 

다윈의 첫째 형아 우노. 우리 정말 닮았나요?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친구들도 생기고, 지난번 만났던 셔틀랜드 쉽독 두 친구들과도 함께 산책하며 너무 잘 지냈다. 친구를 보면 좋아서 '빨간 코 루돌프'가 되도록 흥분하지만_ 만남을 거듭할수록, 다른 강아지의 기분과 성향도 살피고, 나이 많은 강아지에게는 제법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무턱대고 들이대고, 싫다는 대도 놀자고 까불거리던 천방지축이_ 다른 강아지와 더불어 어울릴 줄 아는, '동네 동생'이 됐다. 


상대가 사회성이 없어도, 예민하고 사나워도_ '반가워!' 하고 헤벌쭉 웃으며 무장해제시켜버리는 다윈.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게 나야!'라며 냄새 맡도록 온몸을 내보이는 편한 친구,

집중해서 놀다가도 다른 친구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는 배려심 있는 녀석, 

간식으로 다른 강아지가 으르렁 해도_ 싸움 한 번 없이 무던한 너. 넌 참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다윈은 다윈대로 친구를 사귀고, 이론만 빠삭한 개 육아 초보인 나에게도 친구 엄마들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워졌다. 특히 지난번 셀티(셔틀랜드 쉽독) 견주분들은 개육아 고수셔서, 먹거리부터 매너 교육, 아이템, 꿀팁까지_ 어찌나 척척 다 알려주시는지, 개육아계 '오은영'선생님이라고 할까. 게다가 너무 감사하게도 다른 친구들도 소개해 주신다며, 근처에 사시는 잭 러셀 견주 두 분을 소개해 주셨다. 세상에! 우리 동네에도 잭 러셀 친구가 있었다니!       

잭 러셀 친구들과의 신나는 한 때




"무턱대고 많이 만난다고, 만나면 무조건 인사시킨다고 꼭 좋은 건 아니에요. 

 강아지들 흥분도만 높아지고, 또 혹시 모를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_ 

 어느 정도 사회성이 길러졌다 싶으면, 서로 잘 맞는 친구를 정기적으로 계속 보는 게 좋아요. 

 산책 모임 하나 만드셔서 꾸준히 만나세요."  


첫째 형 우노의 보호자인 훈련사님의 말씀이다. 

셀티 보호자분들 덕분에 다윈은 셀티 둘, 잭 러셀 둘과 친구가 되었고_ 

나는 엄마들과 자주 만나 개육아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도 주고받는 친구가 되었다. 


"웬일이야? 너처럼 소극적인 사람이?" 


남편이 놀랐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은 몰라도- 

뭐 어때? 친구가 별 건가? 서로의 개들에 대해서는 어떤 사료를 먹고 뭘 좋아하는지 까지 다 아는데! 

그리고 내가 좋아하면 친구지 뭐!   

다윈 덕분에 나도, 친구에 대해 다시 배운다. 친구를 대하는 법에 대해_ 다시 배운다. 


오 남매 중 삼 남매의 상봉! 왼쪽부터 다윈 여동생, 가운데가 첫째 형, 그리고 다윈이다. 


참 감사한 인연들이다. 

나에게도 친구를 만들어 주다니, 고마워! 

친구에게도, 나에게도_ 다윈은 참 괜찮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잭 러셀 셋이 모이면 하루가 다이나믹하다. 헤엄치고, 달리고, 구르고, 또 달리고... 잭 러셀 엄마는 극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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