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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Mar 27. 2021

올 '개' 오고야 말았다.

사춘기보다 무섭다는, 강아지의 개춘기

"다윈이도 곧 개춘기 오겠네요! 무사히 지나가야 될 텐데."

"개춘기요???" 

"개들도 사춘기 와요! 진짜 무시무시한데... 밥도 안 먹고, 반항하고- 저 녀석은 안 놀아준다고 저를 노려보면서 옷에다 쉬하더라고요."  


아... 그래서였구나... 요즘 들어 이상하게 밥에도 시큰둥하고, 불러도 쳐다보기만 하고 말도 안 듣고_ 쉬도 더 자유분방하게 쌌던 게_ 개춘기 때문이었어...  


들을 때까지도 긴가민가 했다가_ 유난히 더 놀아달라고 심술 내는 다윈을 보고 감을 잡았다. 

보통 생후 6개월부터- 자아가 생기면서 시작된다는 강아지들의 사춘기 시기. 

6개월부터 1살까지 지속되고, 2살 즈음 한 번 더 찾아올 수 있단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냈느냐에 따라, 남은 견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던데... 어쩌지! 

 

이제 친구 좀 사귀면서 한시름 놓았다 했더니, 개춘기라니!


질풍노독(Dog), 다윈의 개춘기 증상은 이랬다. 


- 기분 따라 골라 싸는 쉬와 응가, 오늘은 폭신한 거실 러그 위에! 굿모닝, 에브리원!

- 매일 똑같은 밥 지겨워, 고기라도 좀 넣어주지... 안 먹어! 고기 줄 때까지 노려볼 거야! 

- 왜 안 놀아 주는 거야? 왜 간식 안 줘? 왜 산책 안 나가는 거야? 왜? 왜? 왜?!!!

- 할 말도 없으면서 엄청 불러 대네. 쯧쯧, 한심한 인간들... 짜증 나! 

- 저 작고 하얀 친구_ 내 스타일인데?! 나랑 사귀자, 붕가붕가 붕가!!! 

- 집이 지겹다... 엄마 아빠보다 다른 집 엄마 아빠가 더 끌린다... 따라갈까 봐. 

 

반항, 일탈, 무시와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기복, 치솟는 호기심... 

개육아 선배들이 조언해주길, 다윈은 그나마 정도가 심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개의 버릇과 성격이 이 시기에 확확 변해 버리니까. 

 다른 집 강아지들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무시무시했다. 소유욕이 강해져서, 간식이나 장난감, 자신의 공간에 접근도 못하게 하고, 예민함과 질투 때문에- 심하면 으르렁대고 물기까지 하는 공격성도 생긴다고 한다.       

네 이놈, 요 이쁜 놈! 개춘기도 잘 지나가 보자!

다윈은 본디 무소유를 실천하는 낙천적인 '동네 동생'이라- 소유욕, 예민함, 공격성과는 상극인 성격이다. 

사냥개라는 녀석이 보호자는커녕, 자기 물건도 못 지키고- 친구들과 공놀이를 시켜도 경쟁해서 뺏으려는 마음도 없이_ 허허실실 마냥 웃는다. '소유욕도 조금 길러줘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예민해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했다. 


그래도 다윈의 춘정기(春情期)는 막을 수 없는 것! 남편과 나는 철저히 한 팀이 되어 솔루션을 강구했다. 개 육아 고수들과 훈련사 분에게 여쭤보니 문제행동이 나올 때 즉각, 알맞게 대처해서 긍정 행동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지도 편달해야 한단다.  

우리 집 개춘기 솔루션 컨셉은 '지킬 앤 하이드'였다. 

잘하면 돌고래 소리를 내며 칭찬하고, 못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엄하게 '안 돼!'를 외치는 것. 

하이톤의 '굿 보이!, 그렇지! 잘했어!'와, 단호한 저음의 '안 돼!, 노!'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니- 

우리는 온탕 냉탕을 오가는 정신분열자 같대도- 강아지들에게는 명확하고 심플해서 확실히 전달된다.   

   

볼 빨간 개춘기, 다윈네 개춘기 솔루션  


- 아무 데나 쌌다고 화를 내서 무엇하리, 어차피 못 알아듣고_ 무서우면 더 실수한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배변 훈련도 갓난쟁이 아가 다루듯, 처음부터 다시 시켰다. 잘 싸면 다윈까지 신날 만큼 격렬히 칭찬했다. 

- 밥을 안 먹으니 밥도 없고, 간식도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안 먹으면 바로바로 밥을 치워버린다. 하지만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에 손으로 떠먹여도 보고, 토핑도 얹어 보고, 밖에서 친구들이랑 놀 때 먹여보고, 개인기 잘했을 때 보상인 척 주기도 했지만... 웬걸, 더 안 먹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수라상을 대령하라!'라는 듯, 갸우뚱 만 해댄다.

다음 날 빈 속을 게워내는 공복토를 할지라도- 

'밥 안 먹으면 다 끝이구나'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백 번도 모질게 굴어야 한다. 내가 단단해야 다윈도 빨리 고치고, 덜 힘들다는 걸 제대로 배웠다. 

- 심술부리며 매너 없이 굴 때는 무시가 상책이다. 

예민함에 작은 소리에도 짖어대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갑다고 펄쩍 뛰거나, 낮잠을 자야 할 시간에 놀아달라고 심술을 내며 징징대면- 무시했다. 반응을 해주면 관심받고 싶어서 더 하니까!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내가 삐진 척, 쳐다보지도 않고 신경도 끊었다. 

 그런데도 천방지축 날뛸 때는, 생각의 방으로! 

10~30초만 생각의 방에 놔둬도 분위기 제대로 파악해서 차분해진다. 

- 지친 잭 러셀이 착한 잭 러셀이다. 

고작 산책 몇 시간으로 충분할 다윈이 아니다. 전속력으로 내달려도 숨소리 학학 한 번 내지 않는, 어마어마한 체력을 감당하려면- 몸을 쓰게 하는 것으로는 끝도 없다. 머리를 쓰게 해야지! 

'앉아', '엎드려', '코', '브이' 등등은 기본이고- 개춘기 시기에는 감성과 두뇌도 왕성하게 발달시켜줘야 하니- 나에게 집중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난이도 중상급의 다양한 개인기들을 연습시켰다. 5분에서 10분씩 하루 두 번, 수능시험이라도 치른 듯 두뇌 풀가동을 하고 나면- 더 해보자고 아무리 꼬셔도 지쳐 나가떨어진다. 

'아니, 왜? 난 시작도 안 했어, 다윈! 더 놀자고!'    

- 온 앤 오프가 있어야_ 개도, 나도 산다. 

우리는 시간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지내기로 했다. 산책 시간과 노는 시간, 머리 쓰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웬만하면 지키고, 그 이후로는 개 육아에서도 퇴근했다. 퇴근한 시간에는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일지라도- 뽀뽀 금지, 말 걸기 금지, 치근대기 금지였다. 제일 적응을 잘하는 건, 다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개춘기를 알차게 보냈다. 


"다윈이 엄청 점잖아졌는데요? 다윈! 혼났어?" 


 몇 주 사이에 다윈을 다시 만난 시동생이 왜 이리 의젓해졌냐고 묻는다. 


"엄청 고생했지, 우리가." 라며 내가 웃어 보였다. 


나보다 덜 고생했던 남편이란 녀석은, "다윈이 엄청 훌륭해. 멋진 개야." 

팔불출 같은 소리만 한다. 


우리가 조금만 환경을 만들어주니, 다윈은 금세 알아차리고 적응했다. 

조금 더 신경 써주니_ 놀랍도록 빠르게 잘 맞춰 주었다. 

역시, 개는_ 본래 훌륭하다. '다윈'은 매 순간, 매일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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