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들아 모여라, 봄맞이 가자!
"오늘 날씨 너무 좋은데, 벚꽃 산책 가실래요?"
코로나로 잃어버린 산에 들에 강에도_ 봄은 왔다.
두툼하고 꼬질꼬질한 전투복(?)인, 산책용 외투일랑 벗어던지고, 오늘은 상큼한 봄 원피스를 옷장에서 꺼내 든다.
요 며칠 미세 먼지도 괜찮고, 온 동네가 개나리에 이어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향기로운 꽃나라다. 겨우내 꽁꽁 얼어 숨 죽어 있던 산책하자는 카톡으로 아침부터 종일 핸드폰이 울어댄다. 다윈! 준비됐지?
자, 나가자!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제대로 된 봄인가! 살랑살랑 고양이 같은 바람을 타고 꽃비가 내린다. 산뜻하게 내리쬐는 해로, 날씨는 벌써 초여름이다. 갓난아기부터 동네 어르신들, 온 동네 개들까지 잔뜩 나왔다. 길을 지나던 차들까지 한참이고 멈춰 서서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코로나로 잃어버렸던 촉촉하고 따뜻한 감성들이 되살아난다. 다만, 온몸으로 이 반가운 꽃내음을 맞이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아쉽다,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온전한 자유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이렇게 예쁜 곳을 보면 무조건 데이트 리스트에 넣어 두고, 남자 친구가 사진작가라도 된 듯 찍어 달라며 연신 포즈를 취해댔었는데- 이제는 이곳저곳 좋은 곳을 찾으면 다윈 사진을 찍겠다고 분주하다. 나는 무조건 목 늘어난 티셔츠에 흙먼지로 얼룩덜룩한 트레이닝 바지_ 전투복보다 더 무시무시해 보이는 패딩 점퍼를 입고 있으니- 이런 몰골로 사진은 찍어서 무엇하겠는가. 다윈과 함께 사는 그 날부터_ 나는 옷과 행색에 전혀 관심 없이 '편함'만 고집하는_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사진이 멈췄다. 내 몰골 보기가 하루하루 더 두려워지니_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현실이 도리어 위안이 된다.
강아지 사진은 정말 어렵다. 카메라 렌즈만 피해서 미친 듯이 움직여 대는 통에_ 길거리에서 '다윈! 앉아! 엎드려! 기다려!'를 애원하듯 질러 대고, 간식으로 유인하면서 드러누울 듯 바닥에 붙어야_ 백 장 정도에서 한 두장 건질 수 있다. 오늘은 다행히도_ 사진 작가이신 '두기'의 아빠가 함께 해주셨다.
꽃과 개는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릴까? 물론 아기도! 건너편에서 아기를 안고 꽃사진을 찍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고 또 그들은 우리를 보고_ 개들과 아기가 서로 귀엽다고 난리다. 꽃놀이 나오신 할머니들도 꽃 한 번, 천방지축 강아지들 한 번_ 지긋이 바라보시고는 '아이코 예뻐!'를 연발하신다. 꽃을 뿌리며 사진 찍는 연인들도, 깔깔 소리마저 예쁜 여자 친구들끼리도 눈부시게 예쁘고 행복한 순간이다.
코로나 때문에 지치고 어두웠던 케케 묵은 마음이_
부드러운 햇살에, 향기마저 느껴지는 바람에, 활짝 피어 내리는 꽃잎에 마음도 금세 예쁜 분홍빛으로 물든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반쯤 가려진 마스크 너머의 웃음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봄은 왔다. 네 덕에 봄을 만끽한다.
오늘도 고마워, 다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