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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Apr 05. 2021

우리 집 댕댕이의 파자마 파티

그렇게도 좋을까! 다윈의 둘도 없는 단짝, 테오

진짜가 나타났다! 


'테오'를 본 순간, 저 녀석이야말로 진정한 '잭 러셀 테리어'임을 알 수 있었다. 

다윈보다 두 배는 빠르고 다윈보다 세 배는 높게 점프하며_ 다윈보다 열 배 강한 체력을 가졌다. 

'그렇지! 저게 '잭'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멋진 친구다. 


'다윈'과 '테오'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둘이서 드넓은 운동장을 광속으로 술래잡기하듯 달리더니_ 입 크기를 자랑하며 이빨을 드러내 놓고 구르고 또 굴렀다. 한 시간 정도 됐을까. 다윈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마침 이갈이 시기여서_ 이가 빠지도록 논 것이다. 녀석들도 엄마들도 첫 만남이었기에 직접적으로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 '너 이 녀석, 나한테 단단히 찍혔어!' 했었다.  


테오는 넘치는 체력과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만큼, 통제가 쉽지 않은 친구였다. 소위 '문제견'이라는 개린이 시절이 있었던 셈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강아지들을 보면 짖고, 새로운 산책길도 가지 않으려 주저앉았다. 제 때에 밥을 먹지 않을 때도 많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더 예민해져 사람만 보고도 짖어댔다. 흥분도와 소유욕이 높아 산책도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테오 엄마는 만날 때마다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심한 분리불안에, 집에서는 다른 집 소리에도 반응하며 짖고 밖에서는 강아지를 보고 짖으며, 끼니도 거른 빈속에 공복토를 할지라도_ 에너지는 넘쳐서 뛰고 점프하니, 순간순간이 버겁고 힘겨운 엄마의 마음이 절절이 이해가 됐다.  


테오 엄마는 차분함과 온화함 속, 위트와 발랄한 긍정이 넘치는 분이다. 나였다면 한 번 엄하게 혼낼 법도 한데_ 빽! 하고 소리 한 번 지름 없이, 인상 한 번 찌푸림 없이_ 부드럽고 따뜻 따끔한 훈육을 하는 엄마다. 

 테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엄마 아빠는 열심이셨다. 테오의 매너 수업부터 산책 수업, 어질리티 수업뿐 아니라_ 보호자들을 위한 교육까지 들으러 다니시며 테오와 눈을 맞추고 나란히 걷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셨다. 물론, 지금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나라면 어땠을까. 훈육하겠다고 언성 높이고 버럭 대다가_ 금세 지쳐버렸을 것이다.  

지난겨울, 다윈과 테오. 다윈은 그저 즐겁고, 테오는 항상 호기심에 초롱초롱하다. 


테오는 볼 때마다 놀랄 만큼 변해갔다. 짖음도 줄어들고, 흥분도도 금세 진정되고, 무엇보다- 다윈과는 변치 않는 우정으로 잘 지낸다. 처음에는 자기 엄마 물건 근처에도 못 오게 하더니, 이제는 자기 장난감도 양보하고, 워낙 빨리 먹어치우는 먹성 좋은 다윈이 가 자기 간식까지 뺏어먹어도 참아준다. 한 살을 함께 넘기며 소년이 된 테오와 다윈은, 함께 성장해가며 한 뼘 더 성숙해졌다. 참아주고, 도와주고, 양보하며_ 서로에게 꽤 괜찮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만나면 정신줄이 빠지도록 달리고 구르며_ 다칠까 봐 불안한 내 마음은 아직 남아있지만 말이다. 이 두 녀석이 이렇게나 잘 지내주니, 테오 엄마도 나도_ 서로에게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게 모두- 엄마 아빠의 사랑과 노력의 결과 이리라. 이제는 유치원에 가서도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테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포기하는 건 사람이다. 개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던가. 

테오는 차근차근- 엄마 아빠를 잘 따라주고 있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아 주어 고맙다'는 듯, 

엄마 아빠에게 받은 사랑과 배려의 그 이상을 돌려주며 말이다.   


개들은 참 빨리도 갚는다. 그것도 좋은 것만 되갚아 준다, 그것도 몇 배로!  


"테오가 다윈이를 너무 좋아해요. 이게 다- 다윈이가 좋은 친구여서 그런 것 같아요." 


"다윈이는 테오 아니면 이렇게 오래 놀아줄 친구가 없는 걸요! 테오야, 고마워! 다윈이랑 놀아줘서~!" 


다윈의 동배 첫째 형과도 이리 신나게 놀지 않는데- 이놈들은 만나기만 하면 하루 종일 쫒아다니며 브로맨스를 쌓는다. 생긴 것만큼 너무나 다른 둘이다. 소년의 감수성과 예민함, 그러면서 상남자의 체력을 가진 테오_ 눈치 없이 허허실실, 순박한 아저씨 같은 다윈. 달라도 너무 다른데, 어쩜 이렇게도 끈끈한 사이가 되었을까. 

생긴 것도, 성격도 너무 다른 우리! 반대라 끌리는 걸까?! 둘도 없는 단짝이 된 테오와 다윈. 




"친구네 집에 하루씩 보내는 것도 좋은 훈련이에요. 자주 만나는 친구 있으면, 번갈아가면서 다른 집에 캠프 보내 보세요~!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배우고, 친구끼리 서로 좋은 점들도 배우거든요. 분리 불안도 훨씬 좋아지고요." 


이렇게_ 다윈과 테오의 1박 2일 파자마 파티, 친구네 집 캠프를 시작했다. 

다윈이네 파자마 파티 날,  테오의 엄마 아빠는 무사히 이사를 마치셨고_ 우리는 테오네에 보내는 날,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 두 털북숭이 강아지가 있는 집은 비가 와도, 미세먼지가 많아도 걱정이 덜했다. 이미 실컷 놀아 지칠 대로 지쳐서_ 좋은 '잭 러셀'이 되어 있으니까. 

  


테오가 우리 집에서 지낸 날은 엄마 아빠를 찾았다. 다윈과 실컷 놀다가도, 밤이 되니 그리워하는 모습에 안쓰러우면서도 나는 내심 부러웠다. 다윈은 우리 없이도 너무나 잘 지내서 서운할 때가 많기 때문에. 


추천해주신 훈련사 말씀처럼_ 따로 가르치고 훈련시킴 없이도, 서로의 좋은 점들을 배웠다.


"테오가 다윈이 덕분에 물을 잘 마시게 됐어요, 물을 잘 안 마셔서 걱정이었는데. 밥은 너무나 잘 먹고요!" 


"다윈이도요! 테오한테 배웠는지 배변을 정확하게 패드 가운데다 잘해요! 

 테오야, 내가 일 년을 고생했는데, 네가 하루 만에 고쳐줬구나! 고마워!" 


우리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친구네서 파자마 파티를 열기로 했다. 


늦은 밤, 핸드폰이 분주하다. 다윈이 테오네 캠프를 간 날_ 테오 엄마가 보내주신 사진에 내 마음이 너무 포근하다. 

 

'늦은 밤, 죄송해요. 실컷 신나게 놀더니, 침대 한가운데서 이렇게 자고 있네요. 

 정말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들이 있을까요. 다윈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쿠들링 자세(Dog Cuddling)로 잠든 녀석들. 이렇게도 서로가 좋은가 보다.


세상에! 우리에게도 해준 적 없는 이 평안에 이른 자세! 

구글링을 해보니, 서로 따스한 온기와 정서적 편안함을 나누기 위한_ 애정과 친밀의 표시란다. 

참 대견하다. 이 놈들. 


테오네 집에서 돌아온 다윈은 어찌나 재밌게 놀았던지, 한 낮이 되어도 쿨쿨 잠만 잔다. 

테오도 그렇단다, 나가자고 해도 시큰둥하게 누워만 있다며. 

다윈은 무슨 꿈을 꾸는지 네 발로 달리는 몸부림을 친다. 꿈속에서도 테오를 만나서 뛰어노는가 보다. 

부럽다, 너희 둘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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