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좋을까! 다윈의 둘도 없는 단짝, 테오
진짜가 나타났다!
'테오'를 본 순간, 저 녀석이야말로 진정한 '잭 러셀 테리어'임을 알 수 있었다.
다윈보다 두 배는 빠르고 다윈보다 세 배는 높게 점프하며_ 다윈보다 열 배 강한 체력을 가졌다.
'그렇지! 저게 '잭'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멋진 친구다.
'다윈'과 '테오'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둘이서 드넓은 운동장을 광속으로 술래잡기하듯 달리더니_ 입 크기를 자랑하며 이빨을 드러내 놓고 구르고 또 굴렀다. 한 시간 정도 됐을까. 다윈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마침 이갈이 시기여서_ 이가 빠지도록 논 것이다. 녀석들도 엄마들도 첫 만남이었기에 직접적으로 내색은 못했지만, 속으로 '너 이 녀석, 나한테 단단히 찍혔어!' 했었다.
테오는 넘치는 체력과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만큼, 통제가 쉽지 않은 친구였다. 소위 '문제견'이라는 개린이 시절이 있었던 셈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강아지들을 보면 짖고, 새로운 산책길도 가지 않으려 주저앉았다. 제 때에 밥을 먹지 않을 때도 많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더 예민해져 사람만 보고도 짖어댔다. 흥분도와 소유욕이 높아 산책도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테오 엄마는 만날 때마다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심한 분리불안에, 집에서는 다른 집 소리에도 반응하며 짖고 밖에서는 강아지를 보고 짖으며, 끼니도 거른 빈속에 공복토를 할지라도_ 에너지는 넘쳐서 뛰고 점프하니, 순간순간이 버겁고 힘겨운 엄마의 마음이 절절이 이해가 됐다.
테오 엄마는 차분함과 온화함 속, 위트와 발랄한 긍정이 넘치는 분이다. 나였다면 한 번 엄하게 혼낼 법도 한데_ 빽! 하고 소리 한 번 지름 없이, 인상 한 번 찌푸림 없이_ 부드럽고 따뜻 따끔한 훈육을 하는 엄마다.
테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엄마 아빠는 열심이셨다. 테오의 매너 수업부터 산책 수업, 어질리티 수업뿐 아니라_ 보호자들을 위한 교육까지 들으러 다니시며 테오와 눈을 맞추고 나란히 걷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셨다. 물론, 지금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나라면 어땠을까. 훈육하겠다고 언성 높이고 버럭 대다가_ 금세 지쳐버렸을 것이다.
테오는 볼 때마다 놀랄 만큼 변해갔다. 짖음도 줄어들고, 흥분도도 금세 진정되고, 무엇보다- 다윈과는 변치 않는 우정으로 잘 지낸다. 처음에는 자기 엄마 물건 근처에도 못 오게 하더니, 이제는 자기 장난감도 양보하고, 워낙 빨리 먹어치우는 먹성 좋은 다윈이 가 자기 간식까지 뺏어먹어도 참아준다. 한 살을 함께 넘기며 소년이 된 테오와 다윈은, 함께 성장해가며 한 뼘 더 성숙해졌다. 참아주고, 도와주고, 양보하며_ 서로에게 꽤 괜찮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만나면 정신줄이 빠지도록 달리고 구르며_ 다칠까 봐 불안한 내 마음은 아직 남아있지만 말이다. 이 두 녀석이 이렇게나 잘 지내주니, 테오 엄마도 나도_ 서로에게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게 모두- 엄마 아빠의 사랑과 노력의 결과 이리라. 이제는 유치원에 가서도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테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포기하는 건 사람이다. 개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던가.
테오는 차근차근- 엄마 아빠를 잘 따라주고 있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아 주어 고맙다'는 듯,
엄마 아빠에게 받은 사랑과 배려의 그 이상을 돌려주며 말이다.
개들은 참 빨리도 갚는다. 그것도 좋은 것만 되갚아 준다, 그것도 몇 배로!
"테오가 다윈이를 너무 좋아해요. 이게 다- 다윈이가 좋은 친구여서 그런 것 같아요."
"다윈이는 테오 아니면 이렇게 오래 놀아줄 친구가 없는 걸요! 테오야, 고마워! 다윈이랑 놀아줘서~!"
다윈의 동배 첫째 형과도 이리 신나게 놀지 않는데- 이놈들은 만나기만 하면 하루 종일 쫒아다니며 브로맨스를 쌓는다. 생긴 것만큼 너무나 다른 둘이다. 소년의 감수성과 예민함, 그러면서 상남자의 체력을 가진 테오_ 눈치 없이 허허실실, 순박한 아저씨 같은 다윈. 달라도 너무 다른데, 어쩜 이렇게도 끈끈한 사이가 되었을까.
"친구네 집에 하루씩 보내는 것도 좋은 훈련이에요. 자주 만나는 친구 있으면, 번갈아가면서 다른 집에 캠프 보내 보세요~!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배우고, 친구끼리 서로 좋은 점들도 배우거든요. 분리 불안도 훨씬 좋아지고요."
이렇게_ 다윈과 테오의 1박 2일 파자마 파티, 친구네 집 캠프를 시작했다.
다윈이네 파자마 파티 날, 테오의 엄마 아빠는 무사히 이사를 마치셨고_ 우리는 테오네에 보내는 날,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 두 털북숭이 강아지가 있는 집은 비가 와도, 미세먼지가 많아도 걱정이 덜했다. 이미 실컷 놀아 지칠 대로 지쳐서_ 좋은 '잭 러셀'이 되어 있으니까.
테오가 우리 집에서 지낸 날은 엄마 아빠를 찾았다. 다윈과 실컷 놀다가도, 밤이 되니 그리워하는 모습에 안쓰러우면서도 나는 내심 부러웠다. 다윈은 우리 없이도 너무나 잘 지내서 서운할 때가 많기 때문에.
추천해주신 훈련사 말씀처럼_ 따로 가르치고 훈련시킴 없이도, 서로의 좋은 점들을 배웠다.
"테오가 다윈이 덕분에 물을 잘 마시게 됐어요, 물을 잘 안 마셔서 걱정이었는데. 밥은 너무나 잘 먹고요!"
"다윈이도요! 테오한테 배웠는지 배변을 정확하게 패드 가운데다 잘해요!
테오야, 내가 일 년을 고생했는데, 네가 하루 만에 고쳐줬구나! 고마워!"
우리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친구네서 파자마 파티를 열기로 했다.
늦은 밤, 핸드폰이 분주하다. 다윈이 테오네 캠프를 간 날_ 테오 엄마가 보내주신 사진에 내 마음이 너무 포근하다.
'늦은 밤, 죄송해요. 실컷 신나게 놀더니, 침대 한가운데서 이렇게 자고 있네요.
정말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들이 있을까요. 다윈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세상에! 우리에게도 해준 적 없는 이 평안에 이른 자세!
구글링을 해보니, 서로 따스한 온기와 정서적 편안함을 나누기 위한_ 애정과 친밀의 표시란다.
참 대견하다. 이 놈들.
테오네 집에서 돌아온 다윈은 어찌나 재밌게 놀았던지, 한 낮이 되어도 쿨쿨 잠만 잔다.
테오도 그렇단다, 나가자고 해도 시큰둥하게 누워만 있다며.
다윈은 무슨 꿈을 꾸는지 네 발로 달리는 몸부림을 친다. 꿈속에서도 테오를 만나서 뛰어노는가 보다.
부럽다, 너희 둘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