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너머의 목동

by 담유작가

어릴 적 나는 목동에 살았다.

그 곳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6년을 오롯이 보냈기에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목동이요.”라고 대답한다.

내 기억 속 ‘목동’은 지금의 ‘학군지’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30여년 전 그 때도 목동은 학군지로 유명했지만,

그건 우리 집 길 건너편, 특정 아파트 단지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와 그렇지 않은 ‘비단지’로 동네가 나뉘어 있었다.

지금은 비단지쪽에도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그 때의 비단지 쪽은 대부분 빌라나 단독주택이었고

초등학교나 학원도 서로 달랐다.

물론 단지 쪽으로 학원을 다니는 비단지 아이들도 있었는데,

내 기억에 그리 많지는 않았다.

우리도 아파트 단지 쪽 파리공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그 쪽 도서관에서 책을 읽곤 했지만,

이상하게 그곳은 '우리 동네’같진 않았다.

‘우리 동네’는 조금 더 정겨웠고, 나는 엄마를 따라 매일 저녁 장을 보러 갔다.

때로는 찐 옥수수를 입에 물고, 때로는 핫바를 손에 쥐고.

그 시절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건 이층 짜리 단독 주택에 살던 친구들이었다.

방 두 칸짜리 빌라에 살던 내 눈엔 그 집들이 마치 대궐 같았다.

조금 커서는 친구들과 목동 사거리, 오거리까지 걸어가 체리 콕을 마시고

옷도 사 입었다.

그만큼, 목동은 내 유년 시절의 가장 큰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동네가 자주 떠올랐다.

나와 닮은 아이를 보며 ‘그곳에서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들-집값이나 환경 변화 등을 확인하려 동네 정보를 검색하다가,

내 기억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글 하나를 보게 됐다.

“목동으로 이사를 가려는데, 사정상 단지 건너편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배정인데, 제가 다니던 시절엔 그 학교 애들이 좀 무서웠거든요. 지금도 그런가요?”

우리 학교는 학업 성취도가 엄청 높지는 않았지만-이것도 요즘 기준에서 그렇다는 거고-

우리도 영어 학원, 속셈학원 다 다녔다.

‘날라리 학교’ ‘무서운 학교’는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시절,

건너편 단지 아이들의 눈에 우리는 그렇게 보였던 걸까.

빌라촌을 향한 시선은,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걸까.

당황스러웠다.

고무줄을 하고, 놀이터 그네를 타고, ‘쌍둥이 슈퍼’에서 군것질을 사 먹던

내 유년의 목동은 예쁘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아이들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은 언제나 다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떤 집에 새 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그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나 좋아하는 놀이나 장난감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 대신, ‘몇 살이지? 형제는 몇 명이지?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지?

아버지는 얼마나 버시지?하고 묻는다.

그리고 그걸로 그 아이를 다 안다고 생각한다’

-생떽쥐페리,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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