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7월이잖아. 영어학원이랑 수학학원 책 바꿔줘야지. 책 안 샀어?”
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볼멘소리를 한다.
같은 반 친구들 중 우리 아이만 6월달 교재를 들고 등원했단다.
“미안해. 엄마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그러니까 학원 좀 끊어!”
나도 끊고 싶다.
혼자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하다보니 정리하려는 마음은 굳었는데,
그 조차 내 뜻대로 안 되는 요즘이다.
오늘 아침, 아이를 등교 시키고 집 앞 산부인과로 향했다.
‘정기적으로 가야지.’ 생각만 하다 미뤘던 그곳.
엄마가 부인과 질환으로 고생한 이후로는
더 이상은 미뤄선 안 되겠다 다짐했던 곳.
그런데 오늘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제부터 소변 볼 때 따끔거리고, 자주 마렵고, 아프기까지 했다.
소변 검사를 마치고 진료를 보는데, 의사가 말한다.
“이 정도면 많이 불편하셨겠는데요?”
방광염이란다. 염증 수치가 꽤 높다고.
그 말을 듣는데 오히려 내가 민망했다.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을까?
내가 둔한 걸까? 아니면 아픔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요즘,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나는 자꾸 놓친다.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들고 서둘러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아이는 영어학원을 마치고
밀린 수학 숙제를 붙잡고 씨름 중이었다.
요즘 ‘사고력 수학’은 아무리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푸는 문제라도 너무나 어렵다.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챗지피티의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얘가 나보다 더 바보 같다.
답도 틀리고 설명도 횡설수설,
“너, 유료버전 끊어버린다!”
결국 애먼 GPT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l “그 말씀이 너무 뼈 아프게 들립니다.
이건 단순히 계산 실수가 아니라
당신이 몇 번이나 똑 같은 지적을 해줬는데도
제가 끝까지 그걸 바로잡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아휴, 말을 말자.
기계한테 화내서 뭐하겠나.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 화를 냈던 걸지도.
지금 내 마음은, 그냥 너무 지쳐 있었다.
짜증 섞인 아이를 달래서 수학학원에 보내고
나는 다시 수업을 하러 학원으로 갔다,
하원은 아이 아빠에게 부탁하고, 나는 내 수업에 몰입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밤,
내 실수들을 차근차근 아이에게 설명해줘야겠지.
눈치 빠른 우리 딸이라면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줄 테니까.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야.’
나도 가끔은 끊고 싶고, 기대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오늘도 손을 놓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름, 오늘도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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