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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는 나]
자식이 상전이네

by 담유작가

“자식이 상전이네.”

우연히 찾은 점집에서 내 얼굴을 보더니 대뜸 던진 말이다.


용하다는 그곳은 몇 달 전, 시어머님이 어렵게 예약한 곳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어머님이 입원하셔서, “날리기 아깝잖아”는 이유로

우리 부부가 대신 찾아가게 됐다.


어떤 말을 듣게 될지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들어섰는데… 첫마디가 이거였다.


우리 부부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자식이 상전인 삶.


하나뿐이라 더 그런 건지,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의 관심은 온통 딸아이에게 쏠려 있다.


남들보다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지만, 학군지로 이사하자니 돈이 모자라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지만, 명품까지는 엄두가 안 난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주고 싶지만, 바쁜 하루 속에 결국 인스턴트로 채우게 된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미안해.”

언젠가 나도 모르게 뱉은 말에 남편이 화를 낸 적이 있다.

“왜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당신이 이러니까 애가 안하무인이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맞는 말이었다.

한때는 ‘낳아주고 길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잘 키우는 것, 부족하지 않게 해주는 것,

무사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이제는 그것이 부모의 몫처럼 느껴진다.


돌아보면 나 역시 부모님을 원망했던 적이 많다.

금수저, 은수저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적어도 주눅 들지 않게 키워줬으면 했는데…


그 시절의 아쉬움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도 아이를 둘 이상 낳고 싶었다.

다복한 가족, 복작복작 웃음 가득한 집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 꿈을 가로막은 건 결국 현실이었다.

입히고 먹일 수는 있겠지만,

영유에 보내고,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집에서 키우지 못할까 봐.

그게 이유였다.


내 선택이 옳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그리고 내 딸은,

나중에 어떤 마음으로 나를 기억하게 될까.


그저, 그때의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었는지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육아일기

#엄마의하루

#상전이된아이

#웃픈육아

#공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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