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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이름의 사랑]
좋게 생각하는 게 왜 나빠?

by 담유작가

“합리화 하지마!”

우리 남편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내가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하면

늘 스스로를 ‘합리화한다’며 비난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묻는다.

“좋게 생각하는 게 왜 나빠?”


사고 싶었던 집을 사지 못해 후회하다가

“거기보다 우리가 산 집이 나아.”라고 말하면,


“이미 일어난 일이잖아. 지난 일을 그렇게 변명하고 있어.”


이번 학원 매각 건도 마찬가지다.

‘요즘 인건비가 너무 올랐고, 앞으로 들어갈 돈도 많을 테니.’

‘주변에 비슷한 학원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까.’

그럴듯한 논리를 펼치면, 남편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냥 힘들어서 안 하는 거잖아. 합리화 하지마.”


하지만 내 입장에서 남편의 말은 틀렸다.

나는 회피하는 게 아니라 수용하는 거니까.


합리화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다.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억지로 꾸며서 정당화하는 것.

이를 테면, 높이 달린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저건 신포도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다르다.

나는 인정하고, 수용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중이다.

충분히 노력했지만,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내려놓는 것.

그건 회피가 아니라 결정이고 선택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긍정을 더하려고 애쓴다.

후회 대신,

조금 찝찝했던 일도 새로운 기회를 위한 신호였다고 믿는다.

나는 글을 쓰고, 내가 잘하는 말을 하며 새로운 삶을 그려갈 것이다.

그러니 이건 합리화가 아니다.

수용이고, 긍정이고, 회복이다.


남편은 아마,

내 ‘회복 탄력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걸 ‘합리화’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모든 일을 그렇게 긍정할 수 없을 테니까.

그의 기준과 나의 기준은 다르니까.


우린 참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데에 꼭 그렇게 초를 쳐야 하나?


“합리화라 부르지 말아줘. 나는 회피하는 게 아니라 수용하고 긍정하고 있어.”


결혼 10년차,

남편은 여전히 ‘남의 편’같고, ㅅㅂㄴ은 욕설의 초성이라는 걸 매번 깨닫는다.


…우리,

정말 마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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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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