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앞에 ‘소상공인 상생마켓’이 열렸다. 전통과자, 양말, 잡다한 물건들 사이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젓갈이었다.
남편도 나도 젓갈을 좋아하지만, 그가 사오는 건 늘 대용량 수입산. 값은 저렴해도 내 입에는 늘 2% 아쉬웠다.
어제는 낙지젓, 창란젓, 오징어젓, 조개젓을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짠맛 때문에 많이 먹을 수는 없었지만, 한 입에도 알 수 있었다. ‘아, 이건 국산이다.’
“오늘 서천에서 올라온 거예요.”
내 마음을 읽은 듯, 아주머니는 뽀얗고 오동통한 백명란을 꺼내 들었다. 이건 안 살 수가 없었다.
만 원짜리 낙지젓과 작은 통 가득 담아준 백명란, 이만 삼천 원. 집에 와 자랑하듯 보여주니 남편은 잠시 돈 걱정부터 했다가도 맛을 보고는 거듭 엄지를 들어 올렸다. 웬만해선 내 소비를 칭찬하지 않는 사람인데 말이다.
요즘 내 삶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아이와 늘 함께 지내고, 이렇게 작은 장터에서 맛있는 반찬을 사 올 수 있는 여유도 있다. 물론 마음 한 켠에선 돈 걱정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지만, 내년부턴 다시 일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눌러둔다.
젓갈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참기름을 두르면 풍미가 살아난다. 낙지젓은 볶음밥으로, 명란은 오이와 곁들이면 고급 반찬이 된다. 이렇게 조금씩 변주해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일도 젓갈처럼, 방식만 달리하면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젓갈 하나에도 여러 맛이 숨어 있다. 다행이다. 젓갈이 맛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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