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읽는 변호사
나이가 오십 중반으로 넘어가니 챙길 것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별다방에 가서 한두 시간 시간을 보내야 할 일이 생겼다.
우선 노트북을 꺼내 세팅을 한다.
마우스도 챙기고 나중에 또 어떤 상황에서 노트북을 써야 할지 모르니 충전을 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어딜 가든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야지 안 그러면 마음 한편이 불안한 증세는 중국 근무 시절에 생겼다.
중국, 한국 기업, 변호사 사무소 등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발굴하는 외판원 같은 생활을 하던 시절에 서울 본사에서 갑자기 서면 작업이나 검토 같은 요청이 오면 바로 가까운 별다방을 찾아 노트북을 꺼내 들고 작업을 했다.
어느 날은 중국은 휴일이고 한국은 근무일인 날이 있어서 북경에 있는 후배가 상해로 놀러를 왔었다. 후배를 데리고 상해 시내를 구경하던 중에 갑자기 서울 본사에서 급박하게 계약서 검토를 요청받았고 나는 후배에게 근처에서 두 시간만 자유시간을 보내라고 부탁한 후에 가까운 별다방을 찾아가 작업을 마쳤다. 그러니 무겁고 번거롭기는 해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항상 백팩에 노트북을 넣어 가지고 다닌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노트북, 마우스, 충전기 그것만으로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노안이 와서 가까운 사물이 특히 노트북 화면이 잘 보이 지를 않게 되니 돋보기를 항상 챙겨 다닌다. 한 때는 큰맘 먹고 다초점 렌즈 안경이라는 것도 쓰고 다녔었는데 앞으로 보다가 책을 볼 때는 아래 부분에 눈동자를 맞추기 위해 고개는 들고 눈동자는 아래로 내려야 하는 불편한 자세가 책을 오래 보는 데는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아 기꺼운 마음으로 안경을 하나 더 가지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게 되었다.
노트북만 해도 무거운데 틈틈이 볼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책도 한 권 가방에 들었다.
그런데 가방의 중량을 덜고자 얇은 천 소재의 백팩을 메고 다니다 보니 가끔은 내용물이 가방 안에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뒤죽박죽 흔들리면서 책이 구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책은 책파우치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책 보호대 같은 역할이다.
매일 아침 식사 후에 먹어야 하는 약도 챙겨 넣고,
잘 바르지는 않지만 가끔 중년의 아저씨가 꺼내서 바르고 있으면 왠지 사람이 정갈해 보이는 효과가 있는 핸드크림도 하나 넣어 놓았고,
가지고 다니면서 바를 정도면 얼굴이 저런 색이어서는 안 될 터인데 고생해서 선크림 만든 개발자들 무안하게 이미 한여름 땡볕에 검어질 때로 검어진 얼굴에 가끔 표백제 기능으로 발라주는 선크림도 하나 있다.
그리고 좌청룡 우백호 같은 좌우 포켓의 생수병과 우산,
상황에 맞게 깔별로 준비되어 있는 필기도구와 포스티잇이 들어 있는 필통도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다.
평소에도 책상 정리를 잘 못하는 편인데 별다방에서 자리 잡고 한두 시간 있다 보면 위 물건들이 다 테이블에 한 번씩은 나와서 바람을 쏘이는 바람에 탁자가 산만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제 장소를 옮길 때가 되면 다시 바리바리 챙겨 짐을 싼다.
잊어버리는 일이 없게 가급적 물건은 동일한 장소에 쟁겨 놓는다.
군대시절 내무반 사물함 같이 그래야 잃어버릴 확률이 낮아진다.
중국말로 노안을 “오래된 꽃눈”이라 하여 라오화엔(老花眼) 이라고 한다. 노안은 중장년기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생리현상으로 신체의 기능의 노쇠해져 가는 증거라고 사전은 설명을 한다.
그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자연스럽게 늙어 간다고는 하지만 “성숙한 꽃눈”이라고 표현해 주는 중국식 노안이 더 살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