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줄에 접어 들어 혈관이 막히고, 담낭에 종양이 생기고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몸에도 불필요한 것들이 더해지고 덜어내기를 반복한다.
남의 일 같던 입원, 수술, 회복, 재활이라는 단어들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병동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의사, 간호사들만 치열한 것이 아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만큼 절박한 곳이 없다.
주렁주렁 주사약을 매달고서도 걷는다.
다 먹은 식판을 반납하려 가려고도 걷는다.
거동이 불편하면 회수하러 오겠다는 영양사의 말은 애써 내 일이 아닌 듯 흘려 버린다.
화장실도 혼자 가보려고 걷는다.
화장실에는 낙상주의라는 경고 문구가 사방에 붙어 있다.
넘어지는 것도 걸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이 경고는 내 것이 아닌양 한다.
밥을 먹는 시간에는 서열도 갈린다.
누구는 금식을 해야 하고, 누구는 죽을 준다.
병실에서 일반식을 받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긍지다.
퇴원을 앞두고는 나의 옆 침대에서 간호사로부터 입원 주의사항을 듣는 신입은,
바로 얼마 전의 나의 모습이다,
두려움과 걱정, 간호사로부터 희망을 듣고싶은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절박하다.
병동을 걷고 또 걸으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발걸음 하나가 병원 밖에의 그것 천 개 보다 더 값지다.
간호사들은 환자 일지에 이렇게 쓴다.
걸어서 입원하셨다가 걸어서 퇴원하심.
걸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