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가기 바쁜 회피형 남친
그날도 정말 사소한 일이 우리의 사이를 흔들었다. 남자친구는 '가족'에 조금 예민한 편이다. 본인 가족 건드는 것을 누구나 싫어하겠지만 더욱더 민감한 편이다. 그날 아침 카톡에 있는 포춘 쿠키를 뽑았고 남자친구가 뽑은 그 포춘 쿠키에는 "가족들과 더욱더 사이가 좋아질 날"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장난으로 "나랑 더 사이가 좋아질 거래~"라고 이야기하였고 우리는 서로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기에 내가 너의 미래 아내이면 나도 너의 가족이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였고 갑자기 정색하던 남자친구에게 나는 우리가 결혼한 가정이라 생각하며 "아니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가족이 나 말고 어딨어~"라고 이야기하였는데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 혼자서 상황극을 하던 터라 그런가 남자친구의 말은 황당했다. "내가 왜 가족이 없어? 왜 날 고아로 만들어??" 이렇게 화를 내며 남자친구는 전화를 끊었고 그 길로 나는 카톡도 전화도 차단당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로부터 몇 차례 내가 카톡과 전화를 걸고서 시간이 몇 분쯤 지나고서야 남자친구가 돌아와서 이야기했다. "미안해.. 내가 조금 예민하고 상황을 확대해서 받아들인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그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세상 누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여자친구를 차단하는가...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폭발 직전이었지만 이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남자친구에게 다시는 전화와 카톡을 차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화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남자친구는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되면 툭하면 카톡방을 나가고 전원을 꺼버리곤 한다. 군대에서 이렇게 떨어져 있을 때 잠수 타면 밖에 있는 나는 속이 타는데... 남자친구는 그걸 알면서도 자꾸 그런다.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남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