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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8 관계 중 다른 여자 몸 떠올리는 남친

• 이별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

by lune

요즘은 그래도 보수적인 시대보다는 개방적인 시대로서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들도 관계하는 이야기가 별 대수롭지 않을 거라 이 글을 써본다. 이건 작년 12월 이야기다. 다 지난 이야기를 왜 글로 남기느냐 묻는다면 나도 대나무 숲이 필요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하고 외칠.


"EP.04 남친이 야동을 봤다고 했다"를 읽은 독자는 두 의견으로 갈렸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분들은 아마 "아니 그걸 남자라는 동물을 이해해 줘야지 왜 그거 가지고 난리야? 정말 예민한 여자다 그거 하나 이해 못 해줘?"라는 반응과 다른 한쪽은 내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며 연인이 야동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남자라는 동물을 이해하려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야동을 갤러리에 저장하고 보는 것도, 나를 속이며 본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기려 한 나날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남친은 나와 성관계 중에도 다른 여자의 신체를 떠올린 것이다. 이걸 내가 눈치상 직감은 하였으나 물어보진 않았고 남자친구가 이실직고를 했다. 이 또한 왜 했나 싶은 사람들 분명 있을 거다. 근데 그 야동을 보고 고백한 거와 같은 맥락으로 나에게 떳떳하고 싶고 순순한 사랑을 하고 싶기에 이전까지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관계를 마친 후에 고백하고 싶단다. 야동을 너무 많이 봐서, 중독 수준이라 나와 관계하는 도중에도 다른 여자의 몸이 자꾸 지나간다고.


관계를 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느끼고 있는지 100% 다 맞을 순 없겠지만 감이라는 게 있어서 대충 느낌이 온다. 근데 그날 멈칫하는 그의 눈을 보았다. 생각대로 그 순간에 그랬다고 한다. 오래가지도 못할 거짓말 하지를 말지.. 처음부터 그런 생각도 안 하면 나에게도 떳떳하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떳떳한 거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물론 사람이니, 무의식이니 그럴 수 있지라고 수백 번 나를 다독여도 드는 생각은 단 하나.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솔직히 그냥 그런 건 본인 스스로 참회하고 나에게 더 잘해주던지 다음번 관계 때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의 지금까지 나눈 사랑들이 다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지금 사랑한다고 하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그다음 단계는 자존감이 녹아내렸다. 정말 그냥 깎이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와장창.. 그 녹은 자존감을 다시 얼릴 자신도 없었고 그렇게 한 3달 동안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며 살았다. 너무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이해가 되나? 내가 왜 그토록 남자친구가 야동을 본 걸 싫어했는지. 내가 왜 그렇게 예민한지를..


또 누구는 이 글을 읽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추측한다. "야동에 본 거 그대로 따라 해 보고 싶으면 머릿속에 떠오를 수도 있지." 이제 이런 말 하는 사람들과는 상종을 안 하고 싶다. 어디까지 이해하고 넘어가 줘야 하는 건지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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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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