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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때까지

by lune

2월 18일 이후로 글을 쓰지 못했다.

독자들과의 약속인 이 글쓰기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연애에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도 숨 쉬고 살기 힘든데 대체 무슨 글을 쓸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파란만장한 내 첫 연애는 점점 더 깊은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 가라앉았다.


무작정 책을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런데 나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게 되었다. (전에 남자친구가 읽은 적이 있대서 한 번쯤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책에 한 구절이 나를 이 브런치로 돌아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책을 쓰는 건 우울할 때만(힘들 때만) 쓰게 돼요." (이런 뉘앙스의 문장이었다. 확실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 책의 작가는 힘든 상황에 놓여있을 때만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근데 나를 보니 나도 그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맘 놓고 글을 쓰고 싶었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그러다 나 자신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남자친구가 변화하길 기대하던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먼저 바뀌어보았다. 처음엔 잘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이 먼저 바뀌니 저 멀리 누군가가 날 도와주러 왔다.


하루하루 사는 게,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게 버거웠다.

그러다 우리는 끝을 보게 되었고 이제 서로 바뀌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보다 노력한다.


물고기는 물속에 살아야만 살 수 있다. 나는 그 물고기를 자꾸 물 밖으로 내몰았다. 그러다 물고기의 움직임이 잦아드는 걸 보고서 급하게 어항 속으로 넣었다. 그게 늦은 걸 알면서도 물고기가 다시 그 어항에서 숨을 쉬고 헤엄쳐주길 바랐다.


비로소 그 물고기는 다시금 조금씩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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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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