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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II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

by lune

나는 좀 예민한 편이다. 예술인이라 예민한 편이라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냥 조금 감정적이고 민감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이 사회생활을 하며 친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나는 카멜레온처럼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맞게 색깔을 바꿔 나 자신을 숨겼으니.


하지만 이건 연애를 하면서 들키고 말았다. "나 = 연인"이라고 생각되는 심리학의 이론처럼 처음엔 그에게 내 모든 걸 맞추려 노력했지만 나와는 너무 정반대인 그에게 어느덧 "나"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너무나도 달랐지만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우리는 서로를 본인 자신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각자 맞추려 했다.


그러다 서로 미래를 그려가는 입장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단계에 우리는 이르렀다. 어쩌면 나는 이게 어른의 연애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로가 하는 일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기다리는 그런 일상이 20대 초, 첫 연애를 하는 나에게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어느덧 그게 이해가 아니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루는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뭔가 별 것도 아닌 일에 남자친구에게 성질을 부리고 생떼 피웠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그런 짜증이 잘못됐다곤 생각이 안된다. 하지만 남자친구에겐 아닌 일이다. 그럼 내가 그렇게 혼자 짜증 냈던 걸 남자친구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겐 그렇게 사과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까탈스럽다"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이 나의 자존심을 더 긁었다. 나는 항상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쟁이인데.. 남자친구는 나보고 까탈스럽다 했다. 거기에 나는 더 화를 내다가 서로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고(자주 싸움이 일어나다 터득한 방법! 말다툼 중에 잠시 쉬어가는 것 또한 연인 사이에서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당장 잡고 있어 봤자 서로에게 칼로 찌르기만 더 할 뿐이다.) 남자친구는 본인이 말을 심하게 한 걸 사과했고 나 또한 미안하다 이야기했다.


저녁에 남자친구가 핸드폰을 제출하기 전(지금 군대에 있음) 아침에 내가 별 거 아닌 일로 짜증 내고 성질부려 미안하다 했다. 그에 남자친구는 "까탈스러움을 내가 더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해서 내가 더 미안해.."라고 이야기했다. 남자친구가 폰을 제출하고 난 뒤 저녁에 남자친구가 미리 준비한 예약 메시지에도 그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의 오늘 까탈스러움을 자신이 못 받아준 것 같아서 되려 미안하단 이야기였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가슴속 밑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듯한 뜨거움이 올라오면서 아.. 이런 게 사랑인가 보다. 내가 더 미안할 줄도 알고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그 손해가 아깝지 않은 것. 그런 게 사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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