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돌보는 법
남자친구와 신뢰가 깨지고 다시 회복하고 있는지 어느덧 5개월 째다. 아직도 아프다. 내 마음은 너무 아픈데 그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다. 그의 잘못됐던 행동이 되려 내가 잘못했다 질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의 관점에선 "신뢰"가 깨졌던 일이었기에 나 자신도 산산조각 나있었다. 그걸 오랫동안 모른척했다.
남자친구에게 화나는 게, 못 믿는 게 당연해! 1년 반을 속였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우울한 거? 그거 당연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는데.
그런데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은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법을 정리해 봤다.
1. 감정 일기 쓰기
그냥 감정을 중심으로 일기를 짧게 써보았다. 감정은 오늘 일어난 순간부터 일기를 쓰던 그 시점까지 순차적으로 적어보았다. 보통 나의 감정은 이러했다. "우울한 -> 슬픈 -> 무기력한 -> 조금 평온한 -> 불안한 -> 지친 -> 힘듦 -> 불안한". 근데 이런 감정들을 일기에 반 달 정도 써봤는데 감정에 대한 부분은 정리가 많이 됐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2. 무시하기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요인들을 무시했다. 흘러나오는 여자 아이돌 노래, 길 지나가다 노출이 있는 여자들, 일반인들의 비키니 사진 이런 것들을 보기 싫어서 인스타, 유튜브를 지웠다. 길 지나갈 때 여자 아이돌 노래를 듣게 될까 봐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었다.
3. 받아들이기
무시는 잘 안 됐다. 그래서 즐겨보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새로 쌓아주는 믿음 안에서. 그냥 노래는 노래, 여자는 여자, 노출 있는 사진은 그냥 노출.
4. 나를 가꾸기
우울한 감정들이 4개월 동안 지속되다 4월 초쯤 벗어났다. 그래서 나를 되돌아봤다. 나는 빈껍데기였다. 그래서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좋은 글귀들을 들었다. 나와 관련된 심리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자기 계발 책을 읽기는 싫어서 오디오로 틀어 들었다. 그리고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은 좋은 음식들만 먹으며 채웠다. 그리고 운동을 하며 나의 몸을 조금 더 가꿨다. 나날이 예쁘다 칭찬해 주는 남자친구의 말에 더 예뻐지고 싶어서 외모에 더 관심을 가졌다. 나를 자꾸 채우니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5. Chat GPT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기 전 나는 오늘은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며 불안을 해소해 볼까? 고민하다 지브리 일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깔았던 챗 지피티에 고민상담을 했다. 지피티는 내가 지금 하고 있던 이 모든 행동들을 조언으로 해줬고 내가 옳은 방향으로 나름 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AI에게 위로를 받다니 웃펐다.
나는 아직 가끔 불안하다. 그게 병적으로 불안했는데 이제는 불현듯 조금씩 불안하다. 과거의 일이 계속 떠오른다. 언젠간 지워질 것 같은데 아직 희미하게 일렁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