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은 불치병
"나와! 같이 산책하자"라고 군대에 있는 남자 친구는 수화기 너머로 내게 말했다. 나갈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지치기만 하고 우울함을 극치로 달리던 나는 못 이기는 듯 옷을 입고 밖을 나갔다.
살이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이 나를 비추고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스쳤다. 수화기 너머로 조곤조곤 나에게 속삭이던 예쁜 말들, 사랑 고백들, 어제 했던 일들의 이야기, 같이 노래 듣기, 같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말들은 달콤했다. 내 마음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 다시 혼자 남은 저녁 가까스로 행복을 찾을 때쯤엔 그 행복은 잊힌 지 오래다. 다시 어두운 심해로 가라앉는다. 혼자 올라오는 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안 해본 것도 아닌데 더 이상 발버둥 치기 싫어서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봤다. 그곳에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다시 남자 친구가 폰을 받았고 나에게 말했다. "나와! 나랑 산책하자" 근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짜증도 나고 너무 귀찮았지만 또 나가보았다. 나가서 걷길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정말 희한하게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다시 혼자가 되었고 나는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해 준 이 "행복"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 내가 살아있고 싶어 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