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안에 대한 두번째 표결이 있는 날이었다.
일주일 전 첫번째 표결 때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역사의 순간에 함께 하기 위해 여의도로 갔다.
하나, 여의도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둘, 4시 표결에 맞춰 1시쯤 집에서 출발했다.
셋, 예상보다 더 많았던 인파로 인해 지하철 역사에서 기다렸다.
넷, 지상으로 올라와 버스를 탔다.
다섯, 버스에서 내려 국회의사당을 향해 전진했다.
여섯,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 외쳤다.
일곱, 가결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환호성이 터졌다.
여덟,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아홉, 조금이나마 빠른 길을 택하기 위해 여의나루역으로 갔다.
열,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 실패하고 다시 제자리로 왔다.
열하나, 건물 안으로 잠시 들어갔다.
열둘, 신길역까지 걸어가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열셋, 걸어가다 우연히 눈에 띈 버스를 탔다.
열넷, 보라매역까지 이동 후 지하철로 갈아탔다.
열다섯, 두 번의 환승 끝에 집에 도착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왜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났고, 알고 싶지 않았다.
모든 순간들이 후회되고
내가 내 의지로 내 육신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조차도 가증스러웠다.
다시 열다섯, 기어코 집이라는 곳으로 오려고 한 모습이 후회된다.
다시 열넷, 문드러질 다리를 쉬이고자 자리에 앉은 것이 후회된다.
다시 열셋, 미리 알아보지 못한,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후회된다.
다시 열둘, 차가운 겨울바람에 몸을 밀어넣은 게 후회된다.
다시 열하나, 아무런 방법도 찾지 못한 게 후회된다.
다시 열,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게 후회된다.
다시 아홉, 중간에 나의 판단을 끼워넣었다는 게 후회된다.
다시 여덟, 빠르게 결정짓지 못하고 결정을 미루었던 게 후회된다.
다시 일곱, 더 보듬어주지 못한 게 후회된다.
다시 여섯, 차가운 곳에 앉게 한 것이 후회된다.
다시 다섯,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였던 것이 후회된다.
다시 넷, 잘한 것도 없으면서 극단적인 표현을 한 것이 후회된다.
다시 셋, 부족한 판단력과 얄팍한 이해심을 가졌다는 생각에 모든 게 후회된다.
다시 둘,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것이 후회된다.
다시 하나, 나는 왜 그랬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며, 왜 사는가.
나에게 나는 무엇인가.
나라가 없다면 나도 없겠지만,
내가 없는 내 나라는 정녕 나의 나라인가.
나의 존재 이유를 아무리 곱씹어 봐도
해갈이 되지 않는
통채로 후회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