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자리가 잦아졌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나의 오래된 인연이라는 것.
다만, 오래되긴 했지만 연속성은 부족하다.
과거의 나와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이들.
그들을 만나는 건 꽤 재밌다.
요즘에는 서로 직접 연락하지 않더라도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나 SNS를 통해 그들 삶의 한 순간을 엿볼 수 있다.
어딜 놀러 갔는지, 어떤 맛있는 걸 먹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각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들을 만나 맛있는 안주에 간단히 술 한잔을 하며
케케묵은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테이블 위에 쏟아 붓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요즘 사는 얘기들을 나눠본다.
누군가에겐 남김없이 털어놓고,
누군가에겐 살짝 남겨둔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만나고 나면
다 끝나가는 노래방의 서비스 시간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더 부를 시간이 채워지는 것 같다.
'시절인연'이라는 말도 공감하지만
때로는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하는 인연'이라는,
조금 더딘 현재진행형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