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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3

3화 - 확신

by 카도


김태식의 죽음이 뉴스에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평소처럼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데우면서 뉴스를 틀었다.


"지난주 한강에서 발견된 김태식씨의 장례식이 오늘 조용히 치러졌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전 재산을 아동보호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리모컨을 꺼버렸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인 두 번째 사람.

박성민 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태식까지...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악마 이미지가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핸드폰을 꺼냈다. 갤러리를 열어 그 이미지를 확인했다.

'312'

처음 다운로드했을 때는 666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뭔가 시간과 관련된 것 같다.


나는 포털 사이트를 열고 다음 타겟을 찾기 시작했다.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 키워드로 검색했다.

여러 기사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펫샵 사장 이정훈, 강아지 20마리 학대해놓고 벌금 200만원 선고>


클릭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펫샵을 운영하는 이정훈(35)씨가 강아지들을 비좁은 케이지에 가두고 제대로 된 사료나 물도 주지 않아 여러 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동물보호단체는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벌"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사를 계속 읽어나갔다. 이정훈은 3년 전부터 강남구에서 '러브펫'이라는 펫샵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동물들을 상품으로만 여기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병든 강아지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죽게 만들고, 번식견들은 계속 새끼만 낳게 하다가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되면 버렸다고 했다.

댓글들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인간이 벌금 200만원? 장난하나]

[저 사장 때문에 죽은 강아지들이 몇 마리인데...]

[우리나라 동물학대 처벌 수준이 이 정도야. 한심하다]

[펫샵 아직도 장사하고 있던데. 완전 뻔뻔함]


마지막 댓글이 특히 눈에 띄었다.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나는 '러브펫 강남'으로 검색했다. 정말로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게시물들을 보니 예쁜 강아지들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댓글에는 동물학대범이라며 비난하는 글들도 있었지만, 이정훈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런 인간이 벌금 200만원으로 끝내고 여전히 동물들을 학대하고 있다니.


'러브펫'의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이었다. 지하철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다음날 저녁, 나는 퇴근 후 바로 강남으로 향했다.


펫샵 앞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이정훈으로 보이는 남자가 카운터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펫샵 맞은편 카페에 앉아 기다렸다. 언제 나올지 모르니 계속 지켜봐야 했다.


9시 20분쯤, 드디어 이정훈이 펫샵 문을 잠그고 나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키는 나보다 조금 크고, 뚱뚱한 체형이었다.


그는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이때다.


나는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정훈은 맥주를 고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음료수를 집어들며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스마트드랍 기능을 활성화했다. 블루투스가 켜지면서 근처 기기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정훈의 SmartPhone'라는 기기명이 나타났다.

바로 이거다.


악마 이미지 파일을 선택하고 그 위에 메시지를 남겼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원혼이 당신을 저주할 것입니다.]


이정훈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그가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박성민과 김태식을 죽였을 때의 죄책감보다는, 정의를 실현한다는 확신이 더 컸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확인했다. 아직 이정훈 관련 소식은 없었다. 어제 밤 편의점에서 파일을 전송한 지 아직 12시간밖에 안 지났으니까.


회사에서도 평소처럼 업무를 했다. 동료들은 내가 어제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준아, 점심 같이 먹을래?"


옆자리 과장이 물었다. 평소같으면 조용히 따라갔겠지만, 오늘은 거절했다.


"아, 저는 혼자 먹고 올게요."


혼자 나와서 카페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정훈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봤다.

아직 새로운 게시물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게시물 댓글에는 여전히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와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어제 밤 이정훈에게 스마트드랍을 보낸 지 약 18시간이 지났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 이번에는 효과가 없는 건 아닐까?

오후 6시, 퇴근했다. 지하철에서도 계속 뉴스를 확인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7시 30분. 어제 편의점에서 파일을 전송한 지 거의 24시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초조하게 뉴스를 새로고침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11시가 넘었다.

다시 한번 뉴스를 새로고침했다.


<강남구 펫샵 사장 이정훈씨, 한강에서 투신자살... 전 재산 동물보호단체 기부>


심장이 뛰었다. 됐다. 정말로 됐다.

기사를 클릭해서 자세히 읽어봤다.


[오늘 오후 7시경 한강 반포대교에서 펫샵을 운영하던 이정훈(35)씨가 투신자살한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망 직전 전 재산 약 3억원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내가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니.

또다시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핸드폰을 꺼내 악마 이미지를 확인했다.


'336'


숫자가 늘어났다. 312에서 336으로. 24만큼 증가했다.

갑자기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를 죽일 때마다 24시간씩 연장되는 건가?

그럼 이 숫자는... 내가 살 수 있는 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하다는 뜻이니까.

뉴스 댓글을 봤다.


[동물학대범 죽어서 시원하다]

[근데 왜 갑자기 기부를 했지? 이상하네]

[양심의 가책을 느꼈나 보네]

[어쨌든 잘됐다. 더 이상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겠네]


사람들은 이정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다.

세상에는 법으로 처벌받지 않는 악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는 그런 사람들을 처단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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