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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4

4화 - 패턴

by 카도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났다.


나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겉으로는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유지하면서, 밤에는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매달렸다.


학교폭력 가해자부터 시작해서 직장 내 성희롱범, 의료진 폭행 환자, 노인 학대 요양보호사, 음주운전 상습범까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악인들을 하나씩 처단했다.


평일 대학교 근처 PC방에서 주말 병원 로비까지... 매번 다른 장소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사전 조사, 동선 파악, 접근, 스마트드랍으로 메시지 전송.

그리고 24시간 후 뉴스에 나오는 자살 소식.


처음에는 일주일에 2-3건 정도였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타겟을 찾는 것도 익숙해졌고, 접근하는 기술도 늘었다.

최근에는 거의 이틀에 한 명씩 처리하고 있었다.


악마 이미지의 숫자는 복잡한 변화를 보였다. 336에서 시작했는데, 하루가 지날 때마다 24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죽일 때마다 다시 24가 증가했다. 지금까지 총 20일 정도 지났지만, 15명 정도를 처단한 결과 지금은 516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살인을 통해서만 연장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은 조금 다른 케이스였다.


우리 아파트 위층에 사는 남자 때문이었다. 이름은 최진우. 직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했다.

문제는 소음이었다.

새벽 2-3시까지 쿵쿵거리며 뛰어다니고, 큰 소리로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틀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여러 번 항의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죄송해요, 조심할게요."


입으로만 사과하고 며칠 지나면 또 같은 짓을 반복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해도 소용없었다. 경찰을 불러도 그 순간만 조용해질 뿐이었다.

어젯밤에도 새벽 3시까지 난리를 쳤다. 나는 거의 잠을 못 잤다.


"아, 진짜 미치겠네."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할머니와 마주쳤다.


"총각, 어젯밤에도 시끄러웠지? 우리도 통 못 잤어."

"네... 정말 스트레스예요."

"관리소장한테 얘기해도 별 소용이 없더라고. 어쩌면 좋지."


할머니의 지친 표정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위층 남자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고생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집중이 안 됐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하루 종일 피곤했다.

점심시간에 최진우의 SNS를 확인해봤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리는 일상 사진들을 보니 더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 고통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멋대로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퇴근 후, 나는 결심했다.

최진우가 밖에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오후 8시쯤, 그가 편의점으로 가는 것을 봤다.

나도 뒤따라가서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맥주와 안주를 사고 있었다. 또 밤새 시끄럽게 할 생각인가 보다.

이번에는 스마트드랍을 활성화하고 이미지만 전송했다.

범죄자도 아니고, 내 주변인이니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될 것 같았다.


최진우의 핸드폰이 알림을 울렸다.

그가 잠깐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파일이라 그런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음날 저녁.


"아파트 아래층에 살던 최진우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된다고..."


뉴스를 보는데 묘한 기분이었다. 다른 범죄자들을 죽였을 때와는 달랐다. 최진우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그냥 생활 속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었을 뿐인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에 옆집 할머니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이제 좀 편하게 잘 수 있겠네요."



그런데 며칠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토요일 오후, 집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수염이 있는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서울지방경찰청 방민호 경사입니다."


수염 난 남자가 경찰 신분증을 보여줬다.


"이쪽은 이준동 순경이고요.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경찰이 왜 나를 찾아온 걸까?


"아... 무슨 일이신지요?"

"들어가서 몇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방민호 경사가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최근에 연쇄 자살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혹시 최진우씨 아세요? 이 아파트 위층에 살았던 분인데."

"아... 네, 알긴 합니다. 위층에 살던 분이라..."

"다른 분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소음 문제로 갈등이 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순경이 수첩을 꺼내더니 뭔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최진우 씨뿐만 아니라 최근 몇 달 사이에 자살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거든요."


설마 내가 어디 CCTV에라도 잡힌 건가.


"죽기 직전에 모두 전 재산을 기부했어요. 그것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된 단체에."


방민호 경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우연치고는 너무 일관된 패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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