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고백
“당신, 이 죽음들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방민호 경사의 질문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내 목 안쪽이 바싹 말라 붙었다. 대답을 꺼내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로는 못 버틴다… 다 들켰어.’
나는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떨리는 목소리를 짜냈다.
“...스마트드랍입니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멎은 듯 고요해졌다.
방민호와 이준동 순경이 동시에 눈썹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제가... 제 핸드폰으로, 스마트드랍을 이용해서... 악마 같은 이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면 24시간 뒤에... 그 사람들이...”
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죽습니다. 전 재산을 기부하고, 그리고 죽어요. 전... 그냥 보낸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죽더라고요.”
두 경찰의 얼굴엔 어이없다는 표정이 스쳤다.
이준동 순경이 피식 웃었다.
“지금 장난합니까? 스마트드랍 하나 보냈다고 사람이 죽는다고요?”
“믿기 힘들 거 알아요.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박성민, 김태식, 이정훈... 전부 내가 보낸 다음 죽었어요...”
방민호는 무표정하게 나를 노려보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가 뭘 어떻게 확인하라는 겁니까? 당신이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순경이 맞장구쳤다.
“네, 증거도 없고... 그런 괴담 같은 얘기 누가 믿겠습니까.”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로 꺼내면 믿어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에도 증명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저주였다.
심문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틱, 틱, 틱…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핸드폰 속 숫자였다.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아무도 날 구해줄 수 없다.’
방민호가 수첩을 덮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증거도 없고, 직접적으로 입증된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김민준 씨, 앞으로는 경찰의 연락에 반드시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 이해하시죠?”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판결을 받은 죄수처럼.
조사실을 나오자, 복도 끝에 있던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쳤다.
창백한 얼굴, 축 늘어진 어깨.
그 얼굴은 이미 죽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뒤로한 문틈 사이로 두 경찰의 대화가 흘러나왔다.
“방 경사님, 진짜 믿으십니까? 저 사람 지금 심신미약으로 감형 받으려고 쇼하는 거 같은데요.”
“음... 일단 증거가 없으니까 좀 더 조사해보자.”
밖으로 나오자 어둠이 깔린 거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지만,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마치 내 이마에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듯했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았다.
창백한 얼굴, 핏기 없는 입술.
거울 속 나는 더 이상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니, 포털 메인에 또 기사가 떠 있었다.
[전문가 분석: ‘연쇄 기부 자살’은 외부 세력의 조종일 가능성 높아]
댓글은 불타고 있었다.
[이거 그냥 자살일 리 없지]
[사이비 종교 배후설에 한 표]
[혹시 국가 기관이 개입한 거 아냐?]
나는 화면을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