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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9

9화 – 혼란

by 카도



다음 날 아침, 회사.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켜는데 옆자리 동료가 말을 꺼냈다.


“뉴스 봤어? CCTV 캡처 떴던데... 그거, 너 닮은 거 같던데?”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엎질렀다.


“뭐, 뭐라고?”


동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야, 장난. 근데 진짜 좀 닮긴 했더라. 긴장 풀어~”


그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갔지만, 내 귓가엔 그 농담이 계속 맴돌았다.



퇴근길, 편의점에 들렀다.
줄 서 있는데 어떤 남자가 뒤에서 어깨를 밀치며 앞으로 끼어들었다.


“야, 빨리 좀 해.”


순간,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스마트드랍을 켰다.

‘연결 중...’


화면에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기명이 잡혔다.

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서 멈췄다.
가볍게만 눌러도, 그는 내일 죽는다.


하지만 곧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 남자는 단지 새치기를 했을 뿐이다.
무고한 열 명이 떠올랐다.
피에 젖은 손바닥 같던 기억이 떠올라 손을 움켜쥐었다.

나는 전송을 취소하고 가게를 뛰쳐나왔다.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굵은 제목이 떴다.


[강남역 사건, 목격자 등장... “가방 멘 남자였다”]


숨이 턱 막혔다.
기사를 클릭하니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인용돼 있었다.


[사건 당일, 검은 백팩 멘 남자가 사람들 뒤를 계속 따라다니더라. 눈빛이 불안해 보였고, 땀을 엄청 흘리던 게 기억난다.]


댓글들이 달렸다.


[헐, 진짜 배후 있네]
[경찰이 CCTV랑 대조하면 잡히겠다]
[혹시 조만간 또 터지는 거 아냐?]


나는 화면을 덮었다.
가슴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날... 내 모습이 누군가 눈에 띈 거야. 이제... 시간 문제야.”



며칠 동안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커튼은 닫혀 있었고, 방 안 공기는 썩은 물처럼 무거웠다.
라면 국물과 식은 커피로 연명하며, 벽시계 초침 소리에 귀를 막고 버텼다.

그러나 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렀다.

휴대폰을 켜니, 악마 이미지 숫자가 번쩍였다.


[23]


숨이 막혔다.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이제 곧 죽는 건가.


“안 돼...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나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햇빛은 비현실적으로 눈부셨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마치 나를 조롱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횡단보도 앞,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는데 내 앞에 있던 여성이 갑자기 멈칫거렸다.
휴대폰에 시선을 두고 길을 건너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괜히 짜증이 치밀었다.


“아, 빨리 좀 가시죠. 뒤에 사람 많은 거 안 보여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튀어나왔다.
여성은 놀란 듯 나를 돌아봤고, 주변 사람들 몇몇도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지금, 사람들 앞에서 이유 없는 진상처럼 굴고 있었다.
하지만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다들 바쁜데 혼자 뭐 하는 겁니까?”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순간, 주변 공기가 싸늘해졌다.
모두가 나를 흘겨보는 것 같았다.

그때,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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