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니 꽤나 오래 됐다.
친구는 내 결혼식 때 축가를 해줬고,
나는 친구의 결혼식 때 축사를 준비했다.
내가 봤던 결혼식 축사들과
뒤늦게 찾아 본 여러 축사들을 틀로 잡고
3분 정도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말들을 눌러 담았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하객들이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TMI인가 싶기도 하고,
눈물 많은 친구와 내가 갑자기 벅차오를까 싶기도 해서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결혼식 하루 전,
시간을 맞춰 보려 타이머를 켜고 소리내어 읽어 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너무 당혹스러웠다.. ㅎㅎ
그래도 결혼식 당일엔 울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한 탓에 심장이 엄청 빨리 뛰었고,
읽는 속도도 갈수록 빨라졌다.
다행히 친구네 부부와 주변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괜찮았다.
친구도 듣던 중에 눈물 찔끔 흘렸으니
적당히 감동적이고 적당히 담백하지 않았나 싶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결혼식 축사가 아닐까 싶어
이렇게 남겨 본다.
안녕하십니까, 신랑 ㅇㅇㅇ 군의 고향친구 ㅁㅁㅁ입니다.
소중한 주말 이렇게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그 시간 안에 또 이렇게 축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동안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말들 간단히 전달하고 내려가겠습니다.
ㅇㅇ아, 결혼 축하한다.
초등학교 때 전학가서 만났으니까 벌써 27년이 훌쩍 지났네.
내 결혼식 때 축가 준비해줘서 진짜 고마웠는데,
축사 준비해 보니까 이게 더 어려운 거 같다 ㅎㅎ
초중고 같이 다니면서, 니는 반장하고 나는 부반장 하고, 거기다 같은 동아리까지.
심지어 각자 입영신청하고 나중에 보니 같은 날, 같은 훈련소로 입대하게 됐을 땐 지독한 운명이구나 싶더라. 덕분에 그 춥고 힘들었던 훈련생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내가 서울로 오면서 좀 멀어지나 싶었는데, 어째 더 가까워졌네.
그리고 작년에 울 아버지 쓰러졌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행동으로 보여준 의리, 나도 끝까지 지킬게.
어렸을 때부터 의리있고, 책임감 강하고, 누구보다 바르게 잘 살아온 거 알아.
그래서 이렇게 맑고 밝고 예쁘고 착한 신부를 얻을 수 있었나 보다.
우리 둘이 처음 제주도로 여행갔을 때, ㅎㅎ 씨랑 썸타느라 나는 아주 뒷전이었잖아.
그때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긴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멋지고 예쁘게 나란히 서있는 모습 보니까 뿌듯하다.
ㅎㅎ씨, 아니 제수씨, 오늘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몇 번 못 봤지만 ㅎㅎ씨가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ㅇㅇ이 잘 부탁하고, 우리 부부랑도 자주 봐요!
그래도 명색이 축사니까 조금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얘기하자면,
같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양보더라.
가끔은 내가 옳다고 생각해도 한 번 더 들어보고,
서로 "그럴 수도 있겠네" 하면서 웃고 넘어가는 게 답일 때가 많더라고.
앞으로 살면서 때로는 힘든 일도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오늘의 이 마음을 기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 넘치는 결혼 생활이 되길 바랄게!
마지막으로 둘 이름으로 사행시 깔끔하게 하고 내려갈게.
[자체 편집- 아주 짧고 간단하게 했습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 결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