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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냥이 Sep 07. 2024

뚱냥?똥냥! 제14화

EP13 손주냥의 탄생, 가온이와 새론이의 아기냥들  

뚱냥?똥냥! 제14화 도담,소담,큰솔,다온이


EP13. 손주냥의 탄생,

가온이와 새론이의 아기냥들





2023년 12월 5일 화요일은 잊을 수 없는 손주냥의 탄생일이었다.

평소처럼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의 습식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반나절 가까이 자율급식으로 놓아둔 사료를 먹었을 아이들에게,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평소처럼 아이들이 즐겨먹는 습식을 챙겨주고 있었다. 먹성이 좋은 새론이가 평소처럼 밥 그릇 씻는 부엌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몸이 무거워서 그려려니 하고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큐브형 숨숨집에 그릇을 놓아주었다. 새론이는 평소처럼 잘 먹었기에, 나는 별 일 없겠거니 하고 다른 아이를 챙겨주고, 아이가 쉬고 있을 숨숨집에 놓인 그릇을 수거하러 되돌아갔다가 보았다. 한그릇을 깨끗이 비운 우리 새론이가 첫 아이인 도담이를 출산하고 있는 광경을.


내게는 첫 출산이었다. 아이들의 임신과 출산 자체가 처음이었기에,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나름대로 해외직구로 분유 젖꼭지부터, 소독기, 고양이 영양제인 콤플리비트, 철분제, 유아용 습식, 건식, 새론이의 출산용 회복식, 적외선 온도 조절기, 기념비적인 기록을 하기 위한 카메라, 삼각대, 출산용 텐트, 강아지용 배변패드에 작은 스크래처, 극세사 담요, 유아용 매트까지 꼼꼼히 체크해 가며 미리 다 구비해두었건만, 출산은 내가 이 모든 걸 완벽히 펼쳐놓기도 전에 급작스레 찾아왔다.


지난 주말에 병원에 갔을 때, 아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새끼가 네 마리이고, 두개골의 크기 차이로 보아 임신 시기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차이가 나니, 어느 아이가 자궁 입구 근처에 있느냐에 따라 출산 시기가 일주일 정도 차이 날 수 있다고 하여, 이번주는 아니겠지, 라고 안심하고 있었던 게 실착이었다.



당황한 나는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출산용으로 준비해놓은 현관쪽 작은방으로 아이를 갓 낳은 새론이와 첫 손주냥이 들어 있는 큐브 박스를 옮기고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랴부랴 접어놓은 출산 텐트를 펼치고 그 안에 극세사 담요를 깔고, 다시 배변패드를 겹쳐서 여러장 깔았다. 위생 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새론이와 아기를 텐트로 옮겼다. 새론이는 다행히 도와주려는 내 의도를 깨달은 듯 얌전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내 한 손바닥에 겨우 찰까 싶을 만큼 아주 작았다. 새론이는 첫 출산인데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몇몇 유튜브 상의 첫출산 냥이와 달리 아주 똘똘하게 탯줄을 끊고 양막을 제거해주었다. 갓 태어난 고양이는 내 생각보다 작고, 아주 사랑스러웠다. 꼬물꼬물거리는 아이를 새론이는 꼼꼼하게 핥아주었다. 그 사이 나는 휴대용 적외선 조사기를 연결하여 아이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자리에 틀어주고 불안과 초조한 마음으로 아기냥이와 새론이를 바라보았다.


이십여 분 동안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아준 새론이가 입을 벌리고 가쁜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출산의 징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두번째 냥이를 출산하는 새론이가 놀랄까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아이를 바라보았다. 네 마리나 포태해도 여전히 작은 내 막내 딸의 약간 볼록한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다리 사이로 핏덩이가 쓰윽 흘러나왔다. 새론이는 다리 사이에 고개를 묻고 탯줄을 끊고 첫 아이에게 그랬듯 둘째 아이의 양막도 스스로 잘 제거해주고 태반까지 먹어 능란하게 두번째 출산을 마쳤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핏물로 물든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배변 패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넣어 아이를 낳아 핏물이 묻은 배변패드 위로 새 패드를 몇 겹 더 덧대어 깔았다. 배변 패드를 간답시고 부산하게 출산박스를 뒤적이면 갓 태어난 아이들과 새론이를 불안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 출산의 흔적을 지운 새론이는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다. 그제야 조금 정신이 돌아온 나는 핸드폰으로 그런 새론이와 아이들의 사진을 두어 장 찍었다. 카메라도 삼각대도 펼칠 여력이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출산 사이의 텀이 벌어지기에, 나는 늦게 임신한 아이는 시간을 두고 나올 수 있고, 그 시간이 하루 이상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준 수의사 쌤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새론이의 보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출산방을 나섰다. 랙돌 캐터리의 출산 장면을 찍은 영상에 출산 후 어미냥이의 체력 보충을 위해서 밥을 챙겨주는 장면이 나왔었다. 나는 출산 텐트 안에 넣어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그릇에 물과 회복식, 그리고 종합 영양제와 스푼을 챙겨서 다시 출산방으로 들어갔다. 새론이는 영양제는 먹지 않았지만, 리커버리 캔은 조금 먹었다. 아이가 절반쯤 먹고 물러나기에, 나는 지체없이 그릇을 뺐다. 다음엔 리커버리 캔에 컴플리비트 영양제와 철분제를 갈아서 섞어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두어 시간이 흐르고 새론이가 다시 진통을 시작했다. 진통을 느끼고 채 오 분도 지나지 않아 세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첫째 둘째와는 확연히 덩치 차이가 나는 작은 아이였다. 늦게 임신했다고 하더니 그래서인 모양이었다. 오늘 다 낳으려나 보다 싶어서 나는 출산 텐트 앞에 엎어져서 새론이를 지켜보았다. 지쳐서 혹시 양막을 제거하지 못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나이는 어려도 비할 데 없이 똘똘한 내 막내 딸은 부족한 엄마의 걱정에 무색하게 세 번째 아이의 케어까지 완벽했다.


저녁 7시 20여분에 첫 아이인 도담이를 출산하고, 7시 50여 분 둘째 소담이를 낳은 뒤 9시 30분이 넘어서 셋째인 큰솔이를 낳고, 어느덧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가고 있었다. 이 밤을 넘겨서 진통을 하려나. 방에 들락거리면 우리 새론이가 불안해 할 텐데, 계속 이 방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젖을 물리고 있는 우리 새론이의 영상을 찍었다. 떨리는 마음에, 휴대폰을 들이밀어 촬영을 하는 손이 부담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까 싶어 조금 떨어진 위치에 휴대폰을 세운 채 촬영했더니 각도가 안 맞아서 나중에 보니 엉뚱한 곳이 찍혀서 속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자정이 임박한 11시 40여분, 마지막 진통이 시작되었다. 막내인 다온이의 출생이었다. 근 다섯 시간에 걸친 출산이 무사히 끝이 나도록, 나는 그 벅찬 순간에 함께 있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경험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아서, 미리 새론이를 깨끗히 치워둔 출산방에 따로 두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늦게나마 출산하고 있는 걸 목격하고 옮겨주었는데도, 큰 스트레스 없이 환경변화를 받아주고, 아이를 무사히 낳아준 새론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60여 그람으로 태어난 유난히 더 작았던 막내에게, 제발 무사히 살아달라고, 세상의 복은 다 네게 오라고 다온이라 이름 붙여주었다. 막내 다음으로 작았던 셋째에겐 커다란 소나무처럼 크게 자라달라고 큰솔이라 이름 지었다.


사진은 맨 위부터 막내 다온이, 셋째 큰솔이, 둘째 소담이, 첫째 도담이다.


아기냥이의 돌연사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첫 출산인데도 마지막까지 너무나 침착하게 잘해준 새론이가 듬직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나도 우왕좌왕하는데, 새론이도 좌충우돌했다면 정말 어땠을까 싶었는데, 모자란 엄마 밑에 똘똘한 딸이라 그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고양이의 모성애는 남다르다는데, 새론이는 아이들이 처음 눈을 뜬 근 일주일 동안 거의 출산 텐트에서 나오질 않았다. 나도 유튜브로 본 게 있어서 시시때때로 적외선 조사기를 틀어주고, 보일러를 빵빵하게 해주고, 새론이가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동안 재빨리 더러워진 배변패드를 갈고, 아이들을 격리한 뒤에 환기를 시켜주고, 영양식을 배달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며칠 새에 아기냥이들은 매일 조금씩 자라서 뽀송뽀송해지고 있었다. 체중을 잴 때마다 눈에 확 띄게 성장하는 아기냥이들이 신기하고 예뻤다. 걱정했던 다온이와 큰솔이도 체구 차는 나지만 조금씩,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어미냥이가 모유가 모자라거나 아이를 안 돌봐서 분유 수유를 하던 유튜버들도 많던데, 나는 초유와 분유를 다 사뒀지만, 새끼냥이들이 눈을 뜰 때까지 먹여본 적이 없다. 몇 번인가 분유를 타서 새끼냥이들에게 줘보려고 했지만, 이미 모유를 빵빵하게 먹은 아기냥이들은 분유를 거부했다. 역시나 새론이나 챙겨야겠다 싶어 새론이가 먹기 편한 부드러운 습식과 마더앤베이비 사료, 분유에 적신 사료, 고양이 푸딩 등 온갖 간식을 들고 들락날락했다. 아기냥이도, 첫 출산인데도 네 마리나 되는 아기냥이를 훌륭하게 케어하고 있는 새론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12월은 출산방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과 손주냥이를 지켜보는 재미로 가득한 한달이었다.


할머니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훌륭하게 잘 자라 이제 10개월차에 들어간 내 손주냥이들, 도담이, 소담이, 큰솔이, 다온이. 너무나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이 아이들이, 계속 쑥쑥 자라서 건강하고 행복한 대형묘로 성장하기를. 늘 사랑한다. 내 손주들. 언제나 건강하자, 우리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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