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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냥이 Sep 06. 2024

뚱냥?똥냥! 제13화

EP13 찬들 - 정말 묘연이란 게 있긴 한 건가  

뚱냥?똥냥! 제13화 찬들이


EP13.  로망묘였던 노르웨이숲 고양이와 인연이 닿다

정말 묘연이란 게 있긴 한 건가?

 


 흔히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한다. 내가 내 고양이들, 내 아이들을 만나게 된 계기를 떠올려 보면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물론 고양이들은 다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내게 집고양이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품종이 있다면 그건 바로 노르웨이숲 고양이이다. 나는 이 품종 특유의 크고 아름다운 몸체, 풍성한 털이 주는 멋짐, 높다랗고 길게 뻗은 콧날이 주는 훤칠함, 아몬드형으로 치켜 올라간 눈동자의 신비로운 느낌, 이 모든 면면을 좋아했다. 왜 이 아이들을 발견한 서구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숲의 요정이라고 불렀는지 그냥 보자마자 납득, 수긍하고 말았다.


잘생쁨? 내겐 그 단어의 실사화 버전이랄까,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내 어릴 적 꿈은 헤밍웨이처럼 많은 고양이와 살면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었고,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요즈음 들어서는 그 꿈이 조금 더 커졌다. 더 많은 갈 곳 없는 고양이들에게 공간 제공형, 생존만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정서 육체 충만형 쉼터를 영구적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 졌다. 그 첫걸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하듯 부족함이 없는 공간, 영양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만족을 주는 음식, 다채로운 놀이, 충분한 의학적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한계선 안에서 많은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게 되었다. 찬들이도 그런 차원에서 유기, 파양 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만나 입양하게 되었다.


유기 파양묘 사이트에서도 빠르게 입양되는 아이들은 중성화 이전의 아깽이 품종묘들. 귀엽기도 하고, 순화시키기도 쉽고, 업자인 척하는 이들에게는 장사하기 쉽기에. 고양이는 6살이 넘으면 슬슬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고, 노령묘의 건강상의 문제는 곧 재정의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만큼 금전적인 부담이 생기는 일이다. 특정 유전적 질환이 있는 품종묘들이 아프기 시작하면 한 달에도 수천이 깨지는 건 다반사다.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며 나도 자주 겪어본 일이다.


그래서 외관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고, 그래서 분양가도 높고, 크게 두드러지는 유전적 질환이 없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건강한 편인 노르웨이숲 고양이는 유기묘, 파양묘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고, 설혹 한 두 마리가 올라와도 금방 분양 완료로 바뀌곤 했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을 아이들이라고 여겨서인지 나도 노르웨이숲 고양이와 묘연이 닿을 거라곤 그다지 기대도 생각도 안 해 봤다.


찬들이에 대한 글이 올라왔을 때도 예쁘다, 당연히 잘 입양을 가겠지 싶어 넘겼는데, 며칠 있다가 같은 글이 업데이트된 걸 또 봤다. 그러고도 이틀 정도 망설이다가 남편과 상의하고, 몇 장으로 뒤로 넘어간 후에 연락을 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입양이 되지 않았다 했다. 묘연일까. 남편이 지사 근무하는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아이를 데려와 남편과 같이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아이를 픽업 가자, 아파트 현관에서 아이를 받아 캐리어형 대형 켄넬에 넣었다. 아이를 안고 나오신 분은 키가 큰 남성분이었는데, 겨우 두 살짜리가 덩치가 어찌나 큰지 상체를 거의 다 가릴 정도였다. 물론 모든 고양이를 두 배 이상으로 키워내는 고양이 확대범인 우리 집에 와서 한층 더 성장하여 요즘은 내가 꿈꾸던 크고 아름다운 노르웨이 숲 고양이가 되었다. 내가 안으면 상체를 다 가리고 꼬리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그래도 키에 비해 살집은 많이 붙지 않아서 근육이 많은 벵갈들보다 훨씬 가볍긴 하다.


데려온 찬들이는 소심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아름이가 하악질 하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 털이 쭈뼛 서고 다른 고양이를 빙글 돌아 움직일 정도로. 2년 정도 같이 지내며 아이들과 친해진 덕에 이제는 아이들과 자주 어울리고, 나나 남편이 소파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으면 배 위로 올라와 골골송을 부르며 잠들곤 한다. 목욕시킬 때 가장 사랑스러운 냥이이기도 하다. 목욕이나 약 먹이기, 양치 같이 싫은 일을 하면 뽀뽀를 해서 사람을 무력화시키려 하는 고단수의 애교도 선보인달까.


먼저 키우셨던 분은 아이가 머리가 좋아서 츄르를 주면 돌아, 손, 예쁜 짓 같은 훈련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선 시켜 본 적 없다. 다른 아이들이 그다지 대가 없이 먹는 간식으로 찬들이를 차별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누구에게도 먹이로 훈련 같은 건 안 시켰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부르면 오고, 가다가도 부르면 멈추고, 눈 마주쳐서 이리 오라고 손짓하면 다가오고, 약 먹자 하면 멈춰 서고, 크게 애 먹이지 않고 약을 먹는다. 곧 죽어도 안 먹는 아름이만 빼면.


목욕도 상대적으로 잘하는 편이고, 자발적으로 안아달라고 조르는 몇몇 개체도 있긴 하지만, 사람이 안아 들면 대체로 힘을 빼고 몸을 맡기는 편이다. 어떤 훈련도 안 했지만 아이들이 나와 남편을 믿어주는 것의 반증인 것 같아 사나웠던 아이들이 순화되는 변화는 늘 고맙고 기쁘다.


큰 기대 없이 한 연락에서 너무도 수월하게 입양한 잘생긴 왕자님 같은 우리 찬들이가 우리 집 양대 뽀뽀냥이로 자라나 준 게 가끔은 믿기지 않는 행운 같기도 하다.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 주면 더 고마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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