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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냥이 Sep 05. 2024

뚱냥? 똥냥! 제12화

EP12 새론 - 가정분양의 마지노선은 4개월 차

뚱냥?똥냥! 제12화 새론이 


EP12. 새론이 - 

가정 분양의 마지노선은 4개월 차

새론이는 아름이와 마찬가지로 가정 분양 고양이다. 아니, 정정하겠다. 가정 분양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에 분양받았으니, 가정에서 소규모 번식 및 판매업 신고를 하고  분에게서 데려왔다고 하는 게 정확하리라. 나는 가온이의 아이를 보고 싶었다. 라온이가 가온이랑 사이가 좋았다면, 어쩌면 우리 집에 새론이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라온이는 자기가 예쁜 걸 미친 듯이 잘 알고 있어서, 눈이 아주 높았다. 라온이의 눈에 차는 고양이라고는, 우리 집에 있는 여러 수컷 고양이 중에서도 독보적인 잘생김으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해랑이밖에 없었다. 내 눈에는 우주에서 제일 예쁜 우리 달땡이를 보고도 하악질을 한 고약한 성질 머리의 까칠한 내 공주님 라온이는 어릴 적부터 해랑이만 미친 듯이 따랐다. 그 이후로 라온이가 우리 집에 입성한 수컷 고양이 중에서 하악질을 하지 않은 고양이는 해랑이랑은 좀 다른 의미로 잘생긴 찬들이 뿐이었다. 귀염상인 마루도 라온이의 하악질 세례를 받았고, 가온이는 미스마킹이어서 그런지 정말 예쁜데도 라온이가 따라다니면서 하악질을 할 정도였다. 예전에는 사이가 나쁜 건가 싶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라온이의 하악질은 너 못생겼어! 란 소리의 다름 아니라는 점을. 아무튼 라온이에게 못생김 판정을 받은 가온이만이 우리 집 유일한 땅콩이었기에, 나는 새끼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가온이와 한 달 차의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아주 우연한 경로로 아기 새론이의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가련한 표정에, 기묘한 매혹을 느꼈다. 가련한 표정의 아가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또래의 가온이와 아주 사이가 좋았다. 어릴 적부터 같이 붙어있는 사진이 꽤 많을 정도로. 


 가정 분양이라고 말하고 소규모 번식업을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펫샵에서 고양이를 사는 일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실정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내가 바라는 건 어디서, 어떤 경로로 어떤 아이를 데려오든 간에, 제발 버리지 말고 끝까지 잘 키워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고양이는,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이든, 내 고양이가 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멋진 아이로 변모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예뻐진다. 없었던 무늬가 선명하게 올라오고, 털결에 윤기가 돌고,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미묘하게 예뻐진 느낌을 더한달까. 어쩌면 고양이는 영물이라서 우리 모르게 화장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데려와서 예뻐해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아름답게 변모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간혹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새론이를 본 건 정말 우연한 경로였다. 나는 새론이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 이 세상에 네바 마스커레이드라는 종이 있는 줄도 몰랐다. 러시아 생텍즈부르크의 네바 강가에서 발견된 자연발생된 이 품종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것 같은 모습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어졌다고 했다. 중장모의 풍성한 털과 보석 같은 파란 눈을 가진 5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는 중대형 묘종으로 고양이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품종으로 알려있다는 네바 마스커레이드는, 포인트가 있는 시베리안 고양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품종이라고, 아이가 되게 특이하게 예쁘다고 느껴서 찾아본 글에 적혀 있었다. 


 국내에 거의 없는 희귀품종이지만 이제 4개월 차니까 싸게 분양해요,라고 글에 적혀 있었다. 글의 제목 때문일까, 아이의 가련한 표정이 뇌리에 자꾸만 떠올랐고, 근 3주 간의 고민 끝에 남편과 상의해서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4개월 차 고양이인데, 새론이는 대형묘종이라는 것에 무색하게 아주 작았다. 바람에 불어 날아갈 것만 같던 우리 가온이와 비슷하게 보일 만큼. 몸이 아파서 살이 전혀 찌지 않아 4살에도 손바닥 위에 올라올 만치 작디작았던 우리 아름이처럼. 한 손바닥 위에 올라올 만치 작디작았던 우리 새론이는 사람한테는 경계심이 있었지만, 아주 경우가 바른 우리 집의 핵인싸 고양이였다. 대체로 개념이 없는 동생들에게 정이 없는 달땡이도 마치 다가가기 전에 허락이라도 구하듯이 냥냥, 가냘픈 목소리로 의중을 묻는 것 같던 새론이에게만은 본인의 아성인 침대 공유를 허락해 주었고, 못 생긴 고양이에게 까칠한 라온이도 새론이는 아주 좋아했고, 새끼들에게 너그러운 벵갈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커질수록 아웃사이더가 되어 가는 가온이의 단짝이 되어 주었다. 새론이가 있었기에, 마음을 닫은 보담이가 이 집에 정을 붙일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늘 새론이를 끌어안고 지내던 보담이. 어쩌면 새론이에게도 낯선 곳에서 저를 자상하게 돌보아주는 보담이의 존재는 어미 고양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흩어져 있던 아이들을 한데 모아준 우리 막내, 핵인싸 새론이. 분명 내 욕심에 데려온 아이지만, 나는 새론이가 있어서 우리 집의 합사가 기적처럼 성공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운처럼 다가와 우리 집 아이들의 마음을 봄볕처럼 녹여준 하얗고 회색의 풍성한 꼬리가 아름다운 새론이는, 내가 달땡이를 잃고 어둠 속에 빠져 들었을 때, 기적처럼 임신을 하여 내게도 다시 열심히 살아야 할 희망을 주었다. 


해준 것보다 늘 내게 너무나 많이 해준 내 귀한 막내 새론이, 어린 나이에 새끼를 네 마리나 낳고서 요정처럼 작은 체구로 성장이 멈춰버려서 너무나 미안한 내 고양이. 임신하고 나서도 보담이가 끼고 산 탓일까. 새끼들이 10개월 차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 새끼들이 예뻐 죽는 엄청난 모성애를 지닌 우리 새론이는, 현명하고 다정하고 매사에 딱 부러져서 늘 마음만큼 챙겨주지 못했는데도 혼자서 모든 걸 너무나 잘 해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딸이다. 고된 육아에 몸이 망가져서 자가면역성 질환에 고생하고 있는 내 막내딸이, 부디 늦은 사람 엄마의 병간호에 조금 더 의지하여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그리하여 예전의 예쁜 모습을 얼른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사랑해, 새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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