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e>_DJ Khaled
I'm the one
20살이었던 나는 운이 좋게도 대학에 입학했다. 나의 새내기 생활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놀러 다니고, 시험기간에는 함께 밤을 새워서 공부했으며 그러다 종종 술을 마시러 가기도 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누구와 함께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자유분방한 삶. 12년간 다녔던 학교와 비교하면 여긴 학교가 맞나 싶었다. 3개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것들이 남았다. 더 없을 친구들과 선배들, 그리고 나름 준수한 학점까지. 하지만 나는 손에 잡은 것을 놓아버렸다.
나는 꿈같았던 대학생활을 내다버리고,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갔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곧바로 강남의 모 재수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앞선 3개월과 상반되는 삶이었다. 밝은 빛만 보다가 어두컴컴한 동굴로 들어가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험 생활은 육체적인 스트레스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능이 다가올수록 급속한 노화가 시작된다.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사소한 모든 것들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저속 노화를 추구하는 시대에 수능은 죄악일 것이다. 어쨌든,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는 그 속에서 살아 돌아왔다. 물론, 남들의 절반 정도만 공부했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근자감'이 나를 도왔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수험 생활에 뛰어들면서 요상한 자신감을 가졌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지극히 사소했다. '나름 대학교 공부를 해봤으니까' 무서울 것이 없었다고나 할까. 난 공대생이었기 때문에 1학기에 미적분학과 일반물리학 같은 기초 과학을 배웠다. 대부분 영어 원서로 공부를 했고, 심지어 수강신청 쉽게 하겠다고 외국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필수 교양이라고 지겨운 글쓰기 수업도 강제로 들은 후였다. 그러니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그게 뭐가 어려운데?"하고 생각했다.
괜히 수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중에 첫 번째 사설 모의고사를 치렀다. 그렇게 잘 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년 쉬었는데 이 정도면 뭐"하고 넘겨버렸다. 나에겐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 결과는 그냥 기억 속에서 묻어버렸다. 그렇게 여러 번의 모의고사가 지나고 9월 평가원을 봤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최고다." 학원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성적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약간의 확신에 차 있었다. 올해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수능 전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것은 나의 그 믿음이었다.
자신감과 자만감
사전에 검색해 본다면 둘의 의미차이는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딱 잘라 구분하기가 어렵다. 내가 느끼기에 자신감과 자만감은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다. 그것을 '태도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체로 자만감은 자신감이 극대화됐을 때 나타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져 스스로를 속이게 될 때 자신감은 자만감이 된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은 긍정적인 요인이 되지만, 자만감은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수학적으로 생각하자면 자신감과 자만감의 경계 지점이 효율의 극대점이 되는 것이다. 정규분포 그래프의 개형과 유사하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과적으로 나는 기대했던 것만큼 수능을 잘 보지 못했다. 그때 내가 스스로를 조금 더 채찍질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비트겐슈타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므로 알 수 없는 세계는 함부로 예상하려 들지 않겠다. 그렇지만 자만과 자신감 사이에 있던 애매한 존재는 분명 나를 도왔다.
그러니 필요할 때는 자신 있게 외치자.
"내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