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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25. 2024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2)

내가 만났던 리더

리더 평가 두 번째 글입니다.


역시나 은행에서 만났던 중간관리자로 다른 리더에 비해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이었다는 것.


하지만 자존심이 너무 세고 감정 컨트롤이 안된다는 단점 또한 있었죠.


그래도 재무적인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탑급.


같이 2년 정도 근무하면서 '더 배울 것이 있나?'라는 제 자만심을 한없이 가라앉게 만들어준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실력은 있는데 정치력이 너무 없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말해 정치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마이너스 급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물론 윗사람들한테 잘하지 못하는 거는 저도 매한가지입니다만, 이분은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 '독고다이'라고 하죠?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독고다이를 선택하려면 멘탈이 강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이 분은 유리멘탈 그 자체.


어느 날인가 본인보다 후배가 승진을 먼저 하자 거의 미칠 정도까지 흥분을 했고 출근을 안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회사는 나오더군요.


그 시점부터 그런 리더를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괴롭고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승진이 문제라면 이 사람을 반드시 승진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을 그 시점에 했습니다.


이후 프런트에 싫은 소리는 제가 하고 웬만한 의사결정은 수석 심사역 입장이라는 말로 결론지었죠.


처음에는 그런 제 행동을 견제하더니 어느 순간 자기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권한을 확실히 위임하더군요.


한 1년 있다가 결국 승진했고 모두가 해피엔딩이었죠.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당시 부서에서는 팀장이 승진하면 그 자리를 수석에게 양보해 주고 영업점으로 가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승진도 했겠다, 관계도 나쁘지 않겠다, 저도 열심히 후배들 이끌고 일했겠다 나름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양보는 없더군요.


'6개월만 더', '1년만 더'를 외치더니 결국에는 자신의 자리에 눌러앉았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달라진 것이죠.


동시에 부서장에게 저를 추천해 주는 정치력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결국 그게 트리거가 되어 은행을 나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건 없구나'라는 생각과 '믿었던 사람도 결국 똑같구나'라는 실망이 컸던 것.


이후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후배들에게도 '욕심이 많은 사람',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더군요.


그나마 실력이 있는 팀장이라 생각했기에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던 점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이 있습니다.


1)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2) 정치력도 필요하다는 점


3) 물러나야 할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점


4) 리더는 나뿐만 아니라 Staff도 챙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완벽한 리더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지금, 아쉬운 롤모델로 남을 것 같습니다.


같은 실수를 저는 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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