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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27. 2024

무궁화신탁 적기시정조치를 보며 드는 생각

관리신탁, 개발신탁, 부동산 PF

존경하는 블로거 메르님에게 '금양'이 있다면 저에게는 이 회사입니다.


과거 '애증의 관계'였던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을 최근 접했습니다.


https://www.inves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4111280227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대상회사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글을 쓰는 것은 전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심사역 생활 10년, 직장생활 이제 20년 차.


그동안 정말 다양한 섹터를 경험했네요.


개인사업자부터 중소,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과 인수금융, 부동산 금융까지, 써놓고 보니 많이 했습니다.


심사하는 일 대부분을 사랑했지만, 그중에 저와 잘 맞지 않는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브릿지론과 PF로 대변되는 부동산 금융이 그것입니다.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심사 대비 '추정'에 의존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또 뚜렷한 사업 계획 없이 그냥 '이 땅 값만 해도 얼만데!'라는 식의 접근이 저에게는 그닥이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 당시 보스에게 부동산 금융은 안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와중에 부동산 담보신탁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심사 가이드를 맡기시더군요.


더 거절했다가는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내키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업계 전반을 살펴본다'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때 위 기사에 언급된 '무궁화 신탁의 매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거.


일전에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참고.


https://m.blog.naver.com/dulri0000/223444107470

사실 신탁업 자체로만 본다면 망하기가 어려운 비즈니스입니다.


말 그대로 고객이 믿고 맡기면 그것을 관리해 주는 수수료 수취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이죠.


이 걸 보통 '관리 신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호황기가 되자 이들은 수수료에서 만족하지 않고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사업장 자금 관리하는 거에서 벗어나 개발까지 직접 하자'라는 생각을 한 것.


이게 바로 무궁화 신탁에게 지옥문을 선사한 '개발 신탁', 업계에서는 줄여서 '개탁'인 것입니다.


물론 '개발 신탁 비중이 높다'는 한 가지만으로만 이들의 실패를 정의 내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신사업 추진을 한 것 자체를 비난할 수도 없죠.


문제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이 '진격 앞으로'만 외쳤다는 겁니다.


여기서는 대비는 '자본 확충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무궁화신탁은 자본 확충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계속 진출했습니다.


무궁화캐피탈과 송현인베스트먼트 인수 등이 바로 그것.


저는 이게 좀 걱정되었어요.


결국 탈이 난 듯합니다.


참고로 21년, 22년 수많은 신생 부동산신탁회사가 생겼습니다.


신영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등이 바로 그들인데요.


당시 가이드라인을 짜면서 가장 초점을 둔 것 역시 바로 대주주의 자본 보충력이었습니다.


반대로 가점 항목에서 제외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업력'이었죠.


이유는 한 업체 때문이었는데, 어디인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시 은행에서 관련 회사들에게 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한도를 많이 열어줬는데, 회수는 잘하고 있는지 문득 걱정되는 순간이네요.


이런 거 보면 결국 세상은 공평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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