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
재밌는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단독)항만부지에 데이터센터 짓겠다며 1200억대 '사기 대출' 의혹…"몸통은 한토신"
간단히 요약하면 인천 원창동 항만부지가 있는데 (HJ중공업 소유) 이곳에 요즘 핫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명목으로 약 1,200억 규모의 대출을 일으켰고, 그 뒷배로 한국토지신탁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위 기사를 보는 순간 곧바로 드는 두 가지 생각. (기사가 만약 사실이라는 가정이 따르긴 하지만)
첫 번째 '작전을 매우 잘 짰다'라는 것, 두 번째 '땅값만 보고 의사결정을 했겠구나'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죠.
참고로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 신성건설은 과거에 심사를 했던 기업들입니다.
코레이트 타워도 후배 심사역과 같이 다녀왔던 기억이 있네요.
참고로 이 글을 쓰면서 관련업계 종사자 분들에게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건이기 때문이죠.
늘 그렇듯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쓰는 글이다보니 이해관계가 나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사실 딜의 구조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IM 자료에는 아마 이런 식의 표현이 쓰여있었을 겁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 낮은 LTV, 선매입 약정을 통한 리스크 헤지, 모회사의 강력한 지원 가능성 등등'
하지만 실상 대상 지역은 항만 물류센터 지역인 일반공업지역이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위한 용도변경 자체가 안된다는 것.
참고로 이 지역 직접 실사해 보면 감이 옵니다.
'그냥 물류창고만 지으라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죠.
그래서인지 주변에 목재 도소매업 하는 공장, 사무실도 많이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리적으로 안 맞아요.

무조건 '직접 가보라'는 현장 실사를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추가하자면 진행과정에서 멜론자산운용의 선매입 확약이 의미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검토를 했었어야 합니다.
대상 회사의 자본금 규모를 봤을 때 어처구니 없는, 의미없는 선매입 확약이죠.
마지막으로는 엠케이전자를 비롯한 그룹사 전체의 유동성이 어떤지도 미리 살펴봤어야 합니다.
결국 '구라를 위한 IM'에 속아 넘어갔던지, 아니면 '알면서도 속아준 것'인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만약 전자라면 '능력이 부족한 것'이니 안타깝고, 후자라면 똑똑하긴 하나 '죄질이 나쁘니' 그 나름대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왜 이 딜을 짰을까?'
추정이긴 한데 아마도 엠케이전자,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신성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왜 멜론자산운용과 한국토지신탁 이야기하는데 엠케이전자가 나오고 동부건설이 나오냐? 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일단 아래의 엠케이전자 지배 구조도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결국 엠케이전자, 한국토지신탁, 신성건설, 동부건설, HJ중공업 모두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동산 금융을 하든, 개인사업자 금융을 하든 무조건 기업금융을 보고 해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런 딜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건은 말 그대로 계열사 지원을 위한 토지담보대출에 불과합니다. (라는 것이 저의 개인 생각)
제대로 된 용도변경 계획이 나오지도 않았고 불가능한 지역인데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PF 대출이라니요.
말이 안되는 이야기.

아마 조달된 자금은 동부건설이나 신성건설, 한국토지신탁으로 쿠션 쳐서 흘러 들어갔을 거라고 추정해 봅니다.
특히 동부건설의 금양 사업장은 미수금이 거의 1,000억대로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쯤 해결되었을까?)
금양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그룹사 전체로 위험이 커질 것 같으니 HJ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 같다는 의견이 너무 나간 것 같나요?
하지만 그들의 자랑이었던 본사인 코레이트 타워도 팔고 있습니다.
위기의 징후가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원금 다 날릴 판인데…회사 버틸 수 있나요 개미들 발칵 | 한국경제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알고 심사를 했는지, 그렇지 않고 했는지는 담당자만 알겠죠.
하지만 소중한 회삿돈을 이런 곳에 대출 혹은 투자했다는 것은 잘못된 의사결정의 표본이라고 이야기 하기 딱 좋습니다.
아무쪼록 해당 PF에 자금을 지원해 준 금융기관들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