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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카카오뱅크 (1)

인터넷은행, 경력직 면접

by 고니파더

오늘은 조금 지난 이야기인 경력직 면접 후기입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카뱅의 팬입니다. 그것도 Big Fan.


5년 전 영국에서 MBA 공부하며 졸업 논문을 구상하던 때부터,


3년 전 카뱅의 인수금융 리캡을 진행하던 순간을 거쳐,


최근 IR 자료를 통해 그들의 실적을 마주하게 된 시간까지,


저는 그들의 열렬한 신봉자였고 카뱅은 일종의 교주 (?) 그 이상의 존재였죠.


이유는 뭐랄까.


막 데뷔하는,


그래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을 잠재력 하나만 보고 좋아했는데,


그들이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1위를 차지하는 순간의 기쁨에서 비롯되었다고나 할까요?


오래전부터 '이 친구들 꽤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해왔고, 예상대로 잘해나가는 걸 보면서 Real fan이 된 듯해요.


물론 그들의 여러 금융상품 이용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저에게 카뱅 이직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얼마나 흥분했었는지는 글을 읽는 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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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하는 직무는 아니었지만 뭐 그럼 어떤가요?


카뱅에서라면 그냥 유리창을 닦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된 거죠 뭐.


서류를 내고 1달이 조금 안되어서 연락이 왔고 판교오피스로 가서 실무진 면접을 1차로 봤습니다.


인상 좋은 팀장님 한분과 5명의 실무자들이 1시간 가까이 저를 압박하는데, 후아~~~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압박면접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네'라고 답변할 것 같아요.


근데 이건 다른 곳 경력직 면접 대부분 그랬던 것 같아요.


실무에 곧바로 투입해야 하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1차 실무진 면접에선 예전에 다른 곳에서 느꼈던 '무례한' 압박면접은 아니었습니다.


질문 하나하나가 정말 실무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또 한분 한분 저를 조금이라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번외로 1차 면접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불합격해도 괜찮은데 만약 합격이 된다면 결과를 빨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합격자 발표가 그날 오후에 왔다는 겁니다. 이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1차 면접을 다행히 통과할 수 있게 되었어요.

...


그 이후 1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2차 면접을 봤고 이때는 임원분 한분과 5명의 팀장급분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더군요. ㅡ,ㅡ


역시나 온화한 분위기보다는 압박을 가하는 면접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성질만 긁는 (?) 식의 매너 없는 면접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쫄지 마세요.


면접과정에서 느꼈지만 카카오뱅크의 향후 사업 운영방안과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이견이 있었습니다.


필드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세부 포인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와 Fit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면접 보는 내내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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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들이 안 하는 금융을 카뱅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리스크도 있겠지만 거기에 경쟁력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신용평가모델에 비재무적인 요소들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을 어필했습니다.


심사역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본인들은 시장에 대한 접근을 조금 더 Broad 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이해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면접과정에서 느낀 건 컨셉 자체가 Bank 보다 IT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인지 지원자가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Technical 하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발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실무에 있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될 텐데'라는 생각 역시 사실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딥하게 이것저것 묻고 답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점심 안 사주십니다.)

특히 인상 좋은 임원분이 실무에 가까운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걸 보면서 '제대로 된 조직이구나'라는 부러움도 잠시 잠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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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 좋기만 한건 아니었어요.


편한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긴 한데 면접관님 한 분의 태도는 조금 거슬렸습니다.


빈정거린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론 이것도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결국 최종까지는 가지 못했거든요.


저의 도전은 그렇게 2차에서 쓸쓸히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40대의 나이에 언제 또 인터넷 은행의 면접 기회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먼 훗날 인터넷은행의 여신규제가 풀리는 시점이 오면 다시 만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카뱅도, 저도 맡은 자리에서 계속해서 역량을 쌓아나가길!


팬의 입장에서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안녕! �


P.S. 조금이나마 카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Good luck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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