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배란 무엇인가?
직무 특성상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보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잘 거절하는 법'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거절 당하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리 없죠.
처음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Junior 들의 경우, 상대방 반응에 크게 당황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지점장과 같이 싸우는 파이터형 (과거의 나), 혹은 죄송하다고 말하는 읍소형.
특히나 경험이 부족한 초임 심사역들의 경우, 그래서 선배들이 옆에서 잘 잡아줘야 합니다.
거절해야 하는 시점에 일을 최대한 잘 마무리 짓는 것,
바로 그것이 선배들이나 경험이 많은, 연륜있는 사람들이 Support 해줘야 하는, 일의 본질이라고 믿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승인같은 듣기 좋은 말이야 뭐 후배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거절해야 할 때 선배 심사역들이 나서줘야 하는 것이지요. 혹은 팀장같은 직책자들이 나선다거나.
18년이라는 시간동안 금융권에서 일하며 심사 업무를 주로 해왔지만 저 역시 거절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친분이 있는 분들과 엮이게 되면 더 힘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일은 일.
그 생각으로 지금까지 업무에 임했다고 자부하고 있고, 별거 아니지만 나름의 Pride는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거 은행에서 근무할 때 보면 황당한 케이스도 많이 봐왔습니다.
Junior 에게 도움을 줘야 할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자리에만 나타나고, 그렇지 않은 자리는 핑계를 대며 피한다는 거.

최근에 아끼는 후배가 이런 일에 힘들어 하고 있고 그 결과 심사 업무를 더이상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은 할 수 있습니다.
그건 후배들의 공으로 놔두고 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에 나서줘야 하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물론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선배들이 무조건 나서서 대신 싸워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심사 업무라는 것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작업.
결국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이죠.
다만, 거절하는 걸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같이 고민하고 상대방과의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잘 잡아줘야 하는 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올만큼 개탄스럽네요.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하 바로잡아 나갈 때, 조직은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믿습니다.
불평불만으로 가득찬 스토리가 되어가는 듯 해서 아쉽긴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정신차리라는 의미에서! 글을 남깁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저는 과연 그런 선배인가 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네요.
P.S. 힘내! 후배 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