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건설업, 대한전선, 인수합병
그룹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산업에 속한 건설업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 이야기를 먼저 해봅니다.
대출이나 투자 상대방을 그동안 수없이 만났는데요.
서로가 좋은 느낌을 갖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장 싫어하는 케이스는 '하는 짓이 너무 얄미운데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상대방'입니다.
예를 들면 운영하는 사업 자체는 매우 괜찮지만 금리를 엄청 깎으려고 했던 지방 중견기업의 CEO가 그 한 예시가 가 될 수 있겠네요.
심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이런 상대방들이 있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는데 아이러니 한 것들이 이런 사람들, 거래상대방이 디폴트는 안난다는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 입장에서 정말 얄밉게 자금 관리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얄밉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give and take' 없이 항상 'take'만 하려 하기 때문이죠.
저한테는 오늘의 주인공인 호반그룹이 그런 기업집단입니다.
지금이야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아서 차입금을 조금씩 늘리는 듯한데, 전통적으로 호반그룹은 금융 쪽에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회사채 발행도 없고 금융기관 여신도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
건설사 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 약 3년 전쯤 대한전선의 외화대출을 심사하면서 호반산업, 호반건설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를 한번 훑어 봤습니다.
놀랐던 건 그때 시점 모든 회사들의 연말 차입금이 거의 '0'으로 유지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래는 호반건설의 최근 3개년 재무지표입니다. (24년도 미반영)
[호반건설]
재무제표상 무차입금 기업으로 보이기 위한 조치인데 순차입금 3개년 연속 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이걸 보면서 '대단하지만 정말 너무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반대로 연말 투자자산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재무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
물론 그룹 자체의 재무안정성을 대외적으로 좋게 보여주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죠.
작년 초 태영건설 위기 관련 글을 쓰면서 이 위기에 기회를 잡을 건설사가 나올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호반산업과 호반건설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재무안정성과 유동성이 괜찮고 자회사 구성도 유동성에 초점을 둔 곳들이 꽤 많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삼성금거래소'나, '대아청과'등이 바로 그곳이죠.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이름만 보고 '무슨 이런 듣보잡'이라는 생각을 가지셨다면 하수입니다.
재무지표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안에 숨겨진 유동성이 엄청난 곳들이기 때문이죠.
특히 대아청과의 유동성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가락시장 도매인들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번 보시길)

경매제의 배신…`35년 독점` 가락시장 청과회사 高배당잔치 - 매일경제
다시 그룹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건설업에 너무 치중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그룹 포트폴리오도 재정비하는 모습입니다.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작업인데 건설업과 전선업의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 매력적인 인수합병이라고 생각해요.
[뉴스락 팩트오픈] 호반의 대한전선 인수 둘러싼 색다른 시선 < 팩트오픈 < 기획 < 기사본문 - 뉴스락
이제는 2세들이 그들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 시간입니다.
벌떼 입찰 등의 여러가지 비판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김상열 회장처럼 자수성가한 그룹 총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들의 자녀들이 아버지처럼 좋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미지수인 상태.
호반건설 '벌떼 입찰' 통한 일감몰아주기··· 공정위 과징금 1위 < 산업 < 산업·금융 < 기사본문 -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다들 아시다시피 큰 그룹 중 2세에 가서 망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리스크 요인이 바로 자녀들의 경영 능력입니다.
넉넉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은 인수합병 시장에 참여하는 것일 겁니다.
최근 건설사 들이 많이 쓰러지고 있는 이 때, 호반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롯데그룹 꼴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유동성과 탄탄한 재무구조, 안정적인 계열 기반 등을 호반그룹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5년 뒤 이들의 재계순위가 얼마나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