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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전쟁과 진로, 그리고 골드만삭스

진로는 어떻게 망했나?

by 고니파더

업무 관련 영화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간만에 완전히 푹 빠져 재밌게 봤습니다.


김혜수 주연의 '국가부도의 날' 같은 느낌?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유해진, 이제훈의 '소주전쟁'입니다.


투자나 심사업무 하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영화 첫 시작에 소재만 차용하고 나머지는 다 허구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그럴리가 있나?'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진로'의 몰락을 다룬 게 맞았습니다.


https://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1/10/06/0023

생각해보니 과거에 하이트진로와 미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들었던 것은 회사 내에 '맥주 노조와 소주 노조'가 아직도 공존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는데, 그만큼 좋은, 파워가 막강했던 회사가 바로 진로라는 이야기겠죠.


영화를 보다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니 '진로 is Back'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기업은 '사업 다각화'로 망했습니다.


굉장히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말도 안되는 사업에 손을 대서 무너져 내리게 되죠.


소주회사가 무슨 건설업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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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진로도 CEO 리스크가 큰 기업이었던 듯 합니다.


다만 심사역 입장에서 이 기업의 몰락이 아쉬웠던 것은 법정화의신청도 받아들여져서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모펀드의 먹이감이 되고 말죠.


사실 영화나 언론에서는 자극적으로 다루기 위해 '외국계 vs 국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 같은데, 국내 자본이 투입되었다고 해서 진로가 망하지 않았을까요?


그나저나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골드만삭스가 기가 막히게 인수합병 딜을 했습니다.


5년만에 2조원 가까이라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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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면 해외에 정기적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시장에만 있어봐야 진짜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모르니 말이죠.


말 그대로 선진금융기술이 (?) 지금도 통하는 듯 해서 씁쓸했네요.


끝나고 와이프에게 물어봤는데 영화가 초반에는 조금 어려웠다고 합니다.


조금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사실 전문적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 바닥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필요한 것들이 있었나 봄)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나 보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연기는 좋았고 내용도 저는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흥행이 잘 될까?'는 물음표입니다. ㅎㅎ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기 때문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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