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투자동아리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
긴급하게 글을 써야 할 것 같아 퀵하게 작성해봅니다.
최근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 보고서에 소개된 기업들을 소개했었습니다.
관련된 산업글도 몇번 썼던 것 같네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지엔씨에너지와 Tempus AI, 그리고 얼마전에 소개한 고려신용정보등이 바로 그들이죠.
무엇보다 지엔씨에너지를 통해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감을 익힐 수 있었고,
Tempus AI를 통해서는 의료 데이터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련된 글의 댓글 중 아래와 같은 문의가 있더군요.
분명히 저의 의견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MIC에서 추천하는 기업에 대해 대부분 긍정 의견이신 것 같은데? 심사역님의 의견은 어떠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SMIC 보고서는 매우 훌륭하지만, '거기에서 소개하는 기업들이 모두 좋다'고 생각은 안한다는 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참고로 제가 그들의 보고서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투자 권유에 대한 논리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저는 그들 보고서의 Flow에 집착한다는 말.
그러다보면 동시에 잘 몰랐던 산업의 숨겨진 면들을 보는 재미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풋풋한 결론도 눈에 띕니다.
'풋풋'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무조건 '사라'만 외치는 증권사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
하지만 그뿐이죠.
SMIC에서 제시하는 미래에 대한 추정이나 목표 주가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채권추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려신용정보를 언급했죠.
SMIC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고 재무제표를 찾아봤는데 꽤 괜찮은 기업이 맞더군요.
무엇보다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는, 수수료 베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들이 자기자본을 투여해서 NPL 채권을 사온다고 오해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채권추심만 하는 사업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걸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더불어 그들의 매출이 '회수율'에 있다는 분석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습니다.
경기 불황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제 선입견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같은 날 똑같이 소개된 '귀멸의 칼날'의 '애니플러스'는?
소개하지 않고 곧바로 제외했습니다.
물론 보고서를 다 보고 재무제표도 찾아봤지만 블로그에 소개하지 않았죠.
https://www.thebigdata.co.kr/view.php?ud=202403270726576413cd1e7f0bdf_23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심사역으로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하고자 하는 말은 SMIC 보고서에서 추천하는 기업이라고 무조건 '좋다'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동시에 제가 보는 시각은 Debt 사이드, 그러니까 채권자 입장입니다.
주식 투자자 관점과 다른 시각이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저는 수익이 안나는 기업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은 안 날 수 있지만, 그래도 5년 이상 장기 적자를 보여주는 기업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더불어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CB, BW 발행이 많은 곳도 제외합니다.
자본 조달에 있어서 일종의 편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올드스쿨 스타일인데 비판 받아도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그간 심사역으로서 저는 그런 기준들 가지고 기업들을 분석해 왔으니까요.

...
결국 자기만의 시각이나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이걸 할 수 있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꽤 큽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본인만의 시각을 가지고 기업을 분석하고, 심사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SMIC 보고서는, 정말이지 너무나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댓글에 '대학생 치고는 잘 쓴다고' 평을 해놨던데, 저는 '현직 애널리스트보다' 더 잘 쓴다고 생각합니다.
단!~스터디 용도로만 사용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