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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심사 실패했습니다 Part 2
산업을 모르면 심사를 할 수 없어요
by
고니파더
Sep 3. 2024
오늘은 심사 실패사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전편과 다르게 과거 부결했던 건입니다.
'부결인데 왜 실패사례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좋은 투자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투자 재원을 적절히 운용하지 못한 것이니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들어갑니다.
부산에는 냉동창고가 꽤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감천항 인근에 있는 냉동창고는 그중에서도 1 급지에 속합니다.
물량이 받쳐주고 선박의 간단한 수리가 가능한 조선소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최적의 위치라고 볼 수 있죠.
부산 감천항 냉동냉장창고는 요즘… - 현대해양 (hdhy.co.kr)
실제로 현장 실사를 해보면 위치의 강점에 대해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감천항 인근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라면 도로 양쪽으로 쭉 늘어선 냉동창고가 이곳이 냉동창고의 성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참고로 경험을 통해 터득한 냉동창고 매매 사례 심사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관련 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
(2)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
(3) 건물의 희소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그러고 보니 벌써 6년도 더 되었네요.
부산 감천항에 위치한 냉동창고 매매 건 심사를 담당하게 되었죠.
매수금액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약 1,000억 정도였습니다.
매수자는 과거 문화콘텐츠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VC였는데 특이하게 냉동창고를 신규 투자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주목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당시 기본적인 자금 조달구조는 전체 매수금액 중 약 60~70% 정도를 신디케이션으로 조달하고 (약 600억 정도) 나머지는 해외에서 자금을 모집한 펀드로 채우는 구조였습니다.
심사 관련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첫 번째는 해외에서 자금을 모집한 펀드에 대한 해석
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펀드를 통해 Equity를 채운다'는 개념이 생소할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냉동창고 매매 건들도 순수한 Equity가 뒤를 받치는 구조이다 보니 이 자본금에 대해서 특이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죠.
그것은 다름 아닌 '기본적인 자본도 차입금을 통해 조달한다' 였죠.
이러다 보니 전체 매매자금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훌쩍 넘어가버리게 됩니다.
매수자가 VC임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지만, 그때만 해도 위에서 말한 선입견을 깨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지역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연결하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아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부산에는 많은 냉동창고가 있습니다.
정보광장 > 냉동냉장업 시설현황 (n-suhyup.co.kr)
지역적 특색으로 부산이라는 곳에 많은 냉동창고가 몰려 있는 것인데, 저는 이것을 단순히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곳'
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 위치한 냉동창고는 경쟁력이 없다'라고
해석해 버리죠.
마치 관광의 명소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나 우리나라 경주에 호텔이 많이 몰려 있으니 경쟁이 심화되어서 경쟁력이 없다라고
판단한 것과 같은 거죠.
그 지역이 해당 산업에 특화되어 있어서 타 지역보다 해당 시설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버린 겁니다.
이러다 보니 감천항에 있는 냉동창고의 가치를 무시해 버립니다.
타 지역에 위치한 동일 규모, 동일 연식의 냉동창고와의 가격 비교를 통해, 매매가가 높다는 판단을 해 버린 것이죠.
세 번째는
재무제표에서 키 포인트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먼저 부산 감천항 인근에 위치해 있는 주요 업체들의 재무지표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EBITDA입니다.
냉동창고의 경우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기계장치를 비롯한 구축물도 상당하기 때문에 EBITDA 가 영업이익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환력 지표나 매매가격의 적정성 판단은 EBITDA와 비교가 필수입니다.
그걸 일반 제조업처럼 심사했으니 말 다했죠.
매출액의 세부내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두고두고 아쉬운 점인데요.
쉬운 예로
냉동창고의 매출액은 크게 '냉동료 수입'과 '용역 수입'으로 구분
되는데,
냉동료 수입은 흔히 알고 있는 보관료라고 보면 됩니다. 이건 마진이 적습니다.
핵심은 용역 수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겁니다.
기억이 맞다면 매출액에서 용역수익 비중이 25% 이상이면 수익성이 좋은 냉동창고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매출의 절대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진이 높은 용역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사유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더 좋은 심사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추가적으로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를 유형자산 실질가치와 비교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EBITDA가 기준이 되어서 판단을 했다면 최근 거래사례를 바탕으로 한 EBITDA Multiple을 통해 실질 자산가치를 다시 계산했을 겁니다.
부결 이후 해당 사업장에 대한 히스토리는 챙겨보지 못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자금을 모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시 금리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과 이후 부산 일대에서 냉동창고 매매물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친 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뼈저린 교훈을 준 저의 실패사례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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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사례
냉동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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