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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빌려주고 잘 돌려받기 3
12화
진짜 연체율 찾기
숫자에 속지 마세요
by
고니파더
Sep 10. 2024
오늘은 연체에 관한 이야기.
시작은 주말에 아끼던 후배로부터 온 전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평소와 다르게 풀이 죽어 있는 목소리로 전화를 한 후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2년 전 담당했던 심사건이 아무래도 제대로 상환되기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기간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큰 금액의 연체는 심사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
참고로 해당 건은 제가 선호하지 않는 부동산 PF 건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라서 기본적인 조건과 Exit 방안에 대해 상담을 해줬습니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차주에게 끌려가는 모습이었는데,
연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연체 처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주요 문제
였습니다.
사실 이런 여신의 경우 차주에게 연체 이력이 주는 악영향에 대한 협박성 멘트 (?)를 끊임없이 어필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다만 이건은 그렇게 못한다는 것인데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실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돈을 빌린 차주에게 끌려간다?'
언뜻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이와 관련된
핵심은 연체율과 높은 (?) 분들의 연임과 관련
이 있습니다.
참고로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분들의 승진이나 연임은 이 같은 연체율 지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모든 분들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자기 목숨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분들은 떨게 되는 거죠.
연체율 12년 만에 최대 폭 상승… 금감원, 저축은행 현장점검 - 디지털타임스 (dt.co.kr)
문제는 이 연체율 지표 역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고 반문한다면, 글쎄요.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연체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 봅니다.
실제 필드에서 금융기관의 연체는 크게 이자와 원금 연체로 구분됩니다.
1~2개월 연체가 지속되면 보통 요주의 여신으로 구분되어 충당금을 쌓게 되고,
3개월 이자 연체가 계속되면 원금 연체와 동일하게 보곤 합니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 되는 거죠.
원금 연체는 말 그대로 해당 여신의 Default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포함되면 정상 회수를 포기하고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게 되죠.
그런데 실무에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 연체율 역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이자 유예입니다.
이자 유예는 말 그대로 이번달 이자 납부를 다음 달이나 1년 뒤로 납부하도록 '미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채권자의 공식적인 동의하에 납입을 연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체로 잡히지 않습니다.
물론 차주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원래 이 제도는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상황이 어려워진 개인사업자를 위해서 도입되었으나, 지금은 연체율 조작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 위원회 소식 - 알림 마당 - 금융위원회 (fsc.go.kr)
따라서
진짜 연체율을 보려면 '이자 유예된 대출채권 비중'을 연체율에 포함하는 것
이 타당해 보입니다.
문제는 해당 자료가 공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세부내역을 공시자료에 포함시키는 것처럼, 향후에는 이자 유예 비율도 공시자료에 포함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금감원 파이팅!)
[단독] 신용평가위험에 부동산 PF 우발채무·분양률 반영… 퇴출 건설사 급증 전망 - 조선비즈 (chosun.com)
두 번째는 이자 후취 조건입니다.
이건 보통 상황이 어려워진 차주의 기한연장 건을 대상으로 진행이 됩니다.
일반적인 이자 후취는 1개월이나 3개월 조건이지만 연장시점 차주가 이자 납입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연장과 동시에 1년 이자 후취를 내세우는 겁니다.
돈은 지금 갔다가 쓰고 이자는 1년 후에 내라는 구조. 인상적이죠?
이 방법 역시 연장 시점 연체율이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 주요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정상적으로 이자를 납입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이런 경우 정상 여신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세 번째는 제일 안 좋은 케이스로 연장을 해주면서 금융비용까지 포함해서 대출을 더 해주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감정가 300억짜리 근린상가가 있습니다.
3년 전, LTV 65% 적용하고 선순위 차감해서 나온 최대 대출금액은 190억입니다.
거래를 잘해오다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분양은커녕 임대도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이에 시행사에서 대출 이자를 연체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기한연장 시점에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역제안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1년 금융비용 15억을 포함해서 205억의 대출로 대환 해줄 테니, 대출을 더 받으라는 거죠. (Refinancing)
물론 추가되는 금융비용은 이자 1년 선납 조건입니다.
두 번째는 재감정을 하는 겁니다.
이 경우 잘 아는 감정평가사를 중간에 껴서 같이 작업합니다.
감정가가 올랐으니 대출 금액이 증가하는 구조. 자금용도는 맞추기 나름입니다.
역시나 이 경우에도 증액되는 금액은 금융비용으로 선납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비일비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ㅎㅎ
역시나 이런 대출, 투자 건들 모두 명목상 연체율에는 빠져 있을 겁니다.
이자 유예와 동일하게 1년 후취 조건 이자 납입 건과 기한연장 시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금융비용을 장기간 선취한 건들을 포함해야만 실질적인 연체율 지표가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감독 기관이라면 이런 것들 모두 다 가져와서 하나하나 뜯어볼 것 같습니다.
비록 연체율에 잡히지 않는 지표라고 하더라도 충당금은 쌓아야 하는 거라고 대상이기 때문이죠.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금융기관 연체율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재부실여신을 정상 여신화 시키는 많은 분들이 힘내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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