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가대표 Part 1

메리츠증권을 보면서 드는 생각

by 고니파더

금융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같은 업계에 있다 보니 어찌 보면 경쟁사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금융에 몸담고 있다 보면 가끔 '잘하네'라고 생각하는 '선수들' 혹은 '실력자들'이 눈에 보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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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설립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특히 돈을 다루는 금융업이라면 무엇보다 '실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할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보는 금융사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정말 잘한다'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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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메리츠금융지주와 아이들"입니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등을 포함)


참고로 저는 Credit 시장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리스크만 붙잡고 있다가는 조직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돼요'라고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어설프게 심사를 한다는 분들은 위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말 그대로 '소는 누가 키웁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심사를 할 때도 항상 리스크 대비 리턴을 중심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누가 위에서 시켜서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런 거였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윗분들이 원하는 리스크 없는 높은 수익?


제가 아는 한 시장에서 그런 대출이나 투자상품은 없습니다.


적정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적당한 수익을 내는 것.


그리고 외부환경 변화에 맞게 잘 먹고 잘 빠지는 것.


그게 바로 잘하는 심사이자, 훌륭한 투자이고, 멋진 여신 의사결정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메리츠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곁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메리츠금융의 롯데그룹 지원


레고랜드 사태로 조만간 망할 거라고 지목받았던 그룹이 몇 개 있었습니다.


실제로 망해서 힘들어하고 있는 태영건설과 한신공영도 증권가 찌라시의 한 부분을 차지했었죠.


그중에 하나가 롯데였죠.


그런 위기감이 팽배할 때 롯데그룹에게 메리츠는 시원하게 1조 5,000억을 지원해 줍니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금리가 15% 이상이라는 소문이 있었죠.


[단독] 롯데, 메리츠證과 1.5조 펀드… 유동성 확충 나서 - 매일경제 (mk.co.kr)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이 중 6,000억은 롯데그룹 계열사 지원이니 실제로 9,000억을 약 15% 금리로 운영한 거죠. (실제 금리는 더 높을 수도 있음)


이 딜에 대한 수익성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메리츠의 조달 코스트를 5%로 잡겠습니다.


참고로 최근 메리츠금융지주의 1년짜리 회사채 금리는 4.2% 수준입니다. 저는 더 보수적으로 가정.


그러면 순수하게 10% 수익이 남게 되죠.


네 맞습니다.


그냥 이 딜 하나로 약 900억을 버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1년 조금 지나서 아주 훌륭하고 깔끔하게 Exit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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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처럼 말이죠.


‘레고랜드 사태’ 때 롯데 지원했던 메리츠금융, 이번엔 빠질 듯... 14개월 만에 1000억 원 남겨 - 조선비즈 (chosun.com)


같은 심사역 입장에서 당시 메리츠 심사역의 의식 흐름을 상상하며 따라가 봅니다.


롯데 위험 - 자금 필요 - 근데 당장 망할까? - 태영건설과 롯데그룹의 서포트는? - 부동산의 롯데 기억 - 장부가와 실거래가 파악 - 롯데칠성 서초부지 팔아도 1조는 나오겠네 - 단기간에 높은 금리로 지원하고 빠지자!


위 글은 그야말로 저의 뇌피셜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만, 제가 메리츠 심사역이었다면 저렇게 논리구조를 짜서 윗사람을 설득했을 것 같아요.


참고로 당시 롯데에 자금을 선투자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제가 이전에 있던 조직에서도 나왔었습니다.


결론은?


네. 롯데의 '롯'자도 꺼내지 말라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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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국이 어느 때라고'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주장하던 임원은 1년 후에 집으로 가게 되었지만, 메리츠 임원은 더 크게 승진하지 않았을까요?


참고로 모두가 리스크가 있다고 이야기할 때 같이 안 하는 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같은 의미로 모두가 괜찮다고 할 때 안 하는 거. 이건 힘듭니다.


리스크가 있는 딜에서 숨겨진 틈새를 보고 적시에 들어가는 것.


그러고 나서 적절히 먹고 잘 Exit. (물론 여기서는 배부르게 먹었지만)


그게 바로 잘하는 투자입니다.


2. 메리츠금융의 홈플러스 지원


개인적 이야기를 또 하나 하겠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인수합병 시장에서 MBK가 총대를 멘 인수금융 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규모가 큰 메가 딜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딜라이브 인수금융 실패 사례도 있고 홈플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스컴은 김병주 회장을 찬양하지만 실패한 부분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홈플러스 인수는 사모펀드가 하나의 기업을 벼랑 끝으로 보내 버리느냐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인가요.


지방의 홈플러스 물류창고 실사 가서 만났던 점장님의 이야기를 잊지 못합니다.


20년 가까이 홈플러스에서 근무했던 점장님은 회사가 사모펀드 먹잇감이 된 순간부터 망가져 가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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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MBK가 홈플러스를 잘못 운영했다고 봅니다.


감성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작년에 롯데건설에서 재미를 본 메리츠가 이번에는 홈플러스 인수금융 전액 차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홈플러스 인수금융이 망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한번 더 승부를 걸었다고 판단합니다.


금리는 외부에 밝히지 않았지만 두 자리 이상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또 한 번의 잿팟을 터트리는 셈이죠.


롯데건설서 재미 본 메리츠, MBK의 홈플러스 1조 2900억 빚 갚아주는 이유 - 조선비즈 (chosun.com)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말합니다.


'넌 심사한다는 애가 수익에만 매몰되어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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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최근 이 업계에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어요. 바로 아래 기사처럼 말이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토 확장하는 이커머스 - 브리지경제 (viva100.com)


안 그래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한계점에 다가오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거기에 주목하고 있던 차.


더군다나 최근에는 "체험"이라는 콘셉트 +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창고화" 추세 역시 가속화되고 있어요.


이런 와중에 홈플러스 인수금융 전액 차환을 결정한다는 메리츠금융을 보면서,


단순히 높은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의사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애네 진짜 잘한다!"라는 감탄을 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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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두 가지만 가지고 메리츠금융그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조가 넘어가는 메가딜을 속전속결로,


그것도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걸 보면서,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대체 투자자"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며 빠르게 결정하고 높은 금리로 실행하되 리스크는 최소화시킨다"라는 투자의 캐치 프레이즈를 제대로 실행하는 건 아닐까요.


어찌 보면 이게 바로 메리츠금융의 캐치 프레이즈 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저의 판단이 부디 틀리지 않게 앞으로도 쭉쭉 잘 나가는 메리츠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P.S: '개인의 관심사와 회사의 관심사를 일치시킬 때, 일을 제대로 하겠다는 욕구가 더 커져 회사의 번영에 도움이 된다. - 찰스 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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